SK반도체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대거 땅을 매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삼면 주민들은 최근 한 달 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30건의 투기 의심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주민들 주장대로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LH 공공개발사업은 물론 민간개발사업 정보까지 LH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박지영 원삼면 주민대책위원장은 18일 오후 용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17년부터 2019년 3월 29일까지 이뤄진 토지 거래가 모두 600여 건으로 이 중 80건의 의심사례가 나왔다”며 “80건 중 30건은 LH 직원, 20건은 공무원으로 추정되지만 추가 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도면이 유출된 만큼 SK반도체클러스터 설계와 감리를 맡은 용역업체와 SK직원 등 일반기업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SK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구 주민공람공고가 발표되기 전까지의 토지 거래에 주목한 이유는 원삼면 역사상 이 기간에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SK반도체클러스터 수용 부지 경계선에서 반경 1㎞ 내의 토지 중 원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매입한 모든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해 LH 직원들과 대조 작업을 벌였다.
조사 결과 30건은 사암리와 죽능리, 독성리 등에서 각각 2만㎡, 5,000㎡, 3,000㎡ 등의 임야를 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한 명이 토지를 매입한 후 여러 명으로 분할(일명 쪼개기)해 토지를 소유하거나, 2명이 공동으로 매입한 뒤 제3의 인물에게 명의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게 주민대책위 측 설명이다.
특히 30건 중 20건은 주민공람(2019년 3월 29일) 1주일 전에서 한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발생했다. 한 필지에 116명이 공동으로 등재된 경우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30건의 명단을 확인한 결과, 경기남부권역 몇몇 LH 지사의 같은 부서 등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민간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임야와 실명 위주로 조사했는데 전답 등으로 범위를 넓히거나 차명 여부로 조사를 확대할 경우 투기 의심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투기 정황이 나온 만큼 정식 수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은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