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KTX역세권 R&D집적지구 예정지 주변 투기 의혹

입력
2021.03.17 17:10
논밭에 유실수... "보상 노린 투기 의혹"
비어있는 조립식 주택·공장 200채 가까이

17일 오후 KTX천안아산역에서 직선거리로 2㎞ 떨어진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들판에 다닥다닥 붙여 지은 조립식 주택과 빼곡하게 심겨진 엄지손가락 굵기의 묘목을 바라보며 “개발정보를 일찌감치 입수한 외지인들이 사놓은 땅”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KTX역세권 R&D집적지구 조성사업부지로 지정돼 토지보상을 앞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도 투기열풍이 일고 있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없는 탕정면 호산리와 매곡리 일대 허허벌판에서는 최근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과 창고, 공장건물이 200여채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은 대부분 빈집이었고 창고와 공장건물은 설비가 없는 곳이 많았다.

‘천안아산KTX역세권 R&D집적지구 조성사업’은 대통령공약사업 중 하나로 LH가 토지개발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천안시 불당동·아산시 탕정면 일원 68만㎡에 중부권 산업융합거점과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하는 지식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국비 501억원, 충남도비 1,864억원, 천안·아산시비 1,457억원 등 3,822억원[이 투입된다.

천안지역에는 충남지식산업센터·제조기술융합센터·충남국제컨벤션센터가 들어선다.

아산지역에는 공공지식산업센터·수면산업실증기반 기술소고도화지원센터·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센터·벤처산업육성존이 조성된다.

사업은 LH가 토지보상과 기반조성공사를 맡아 택지를 개발하고, 천안시와 아산시가 개발 완료된 땅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2017년부터 개발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업예정지 내 보상목적 개발행위가 증가했다. 당시 18건이었던 건축인허가는 2018년 107건으로 6배가 늘어 투기의혹을 사고 있다.

아산시는 2019년 1월 난개발 및 부동산 투기행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당 사업예정부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미 보상을 노린 조립식 주택(벌집)과 묘목들이 빼곡히 들어선 이후다.

지역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20년 전부터 KTX천안아산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부동산업자와 LH직원들이 정보를 주고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LH직원들이나 행정기관 직원들이 본인명의가 아닌 가족명의나 친인척 또는 지분참여형식으로 개발예정지 부동산 투기에 참여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3자를 동원한 부동산투기까지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의 실태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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