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겪었던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이 감소했고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던 만큼,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00%로, 전분기 말 대비 0.41%포인트 상승했다. 수치로만 놓고 보자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13.91%), 2018년 4분기(14.54%) 대비 각각 1.09%포인트·0.46%포인트 오른 것이다.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거나 분자인 총자본이 늘어나면, 해당 비율이 올라가고 이는 은행의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현행 규정상 은행들은 해당 비율을 10.5%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은행 건전성 개선을 두고 일종의 ‘착시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바젤Ⅲ 최종안’ 영향이 컸다. 바젤Ⅲ 최종안에는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와 일부 기업 대출의 부도 시 손실률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BIS비율에서 분모 부분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BIS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2023년 1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 피해가 커지면서 은행의 지원 역량을 높이고자 조기 도입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의 경우 BIS 총자본비율은 전분기 대비 0.41%포인트 상승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의 감소액이 분자인 총자본 증가액을 훨씬 압도했다. 연결분기순이익(2조9,000억 원), 증자(1조 원) 등으로 총자본은 3조4,000억 원 증가한 반면에 바젤Ⅲ 최종안 도입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은 30조9,000억 원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선된 BIS비율 수치가 나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착시’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자금공급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자본관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