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만들고 인도네시아에서 조립한 잠수함 3번함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정식 인도됐다. 이로써 10년이 걸린 양국의 잠수함 1차 사업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2차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선수금을 2년 가까이 내지 않고 있어 양국의 숙제로 남았다.
17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두 번째 도시이자 동부자바 주도(州都)인 수라바야의 국영조선소 ㈜PAL(PT. PAL)에서 잠수함 3번함 '알루고로(힌두신의 무기 이름)'의 인도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양국 간 해양 방위산업(방산) 협력의 이정표"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쪽에선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해군 참모총장 등이, 한국 측에선 박태성 대사,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3번함 알루고로는 길이 61m, 배수량 1,400톤급 소형 잠수함으로 항속 거리가 1만8,000㎞에 달해 장거리 원근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1월부터 자바섬 동쪽 끝 바뉴왕이에서 시운전을 했다. 250m 깊이까지 내려가 1시간30분간 잠항하는 최대작전심도(NDD) 시험 성공 등 '인도네시아 최초' 기록을 여럿 남겼다.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 중 으뜸 '잠수함 강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대우조선해양)는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잠수함 세 척을 수주(1차 사업)했다. 당시 승용차 수출 7만대와 맞먹는 국내 방산 수출 역사상 최고가(1조2,000억원) 계약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재래식 디젤 잠수함을 수출한 쾌거다. 17년 전인 2004년 무기 전체를 해체해 완전 복구하는 잠수함의 '창 정비'를 ㈜대우조선해양이 맡으면서 쌓은 양국의 잠수함 우정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특히 이날 인도된 3번함은 인도네시아 해군 역사에 뜻 깊다. 해양 강국을 꿈꾸는 1만7,000여 개의 섬 국가 인도네시아가 사상 처음으로 자체 조립한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5개 부분(섹션)을 각각 만든 뒤 조립하는 방식인데, 완제품을 2017, 2018년 한국에서 들여온 1번함(나가파사), 2번함(아드라데달리)과 달리 3번함 알루고로는 현지 ㈜PAL 공장에서 진행된 조립 공정에 자신들이 직접 참여했다. 잠수함 자체 건조로 가는 긴 여정에 놓인 커다란 능선 하나를 넘은 셈이다.
이에 고무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4월 3번함 진수식 때 잠수함 세 척을 더 들여오는 2차 사업 계약서에 서명했다. 조립에 이어 잠수함 완전 건조를 위한 다음 단계인 섹션 자체 제작도 2차 사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선수금(1억8,000만 달러) 입금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2차 사업은 현재 2년 가까이 답보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2019년 10월 임명된 프라보워 장관의 반대설에 무게가 실린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맞붙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이후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달리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다.
다만 당초 인도식에 불참하려고 했던 프라보워 장관이 일정을 바꿔 양국 방산 협력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고무적이다. 이날 프라보워 장관은 "5년 안에 완전 건조로 잠수함 자립을 이루겠다"며 "한국 정부에 감사하고 양국 관계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축사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15일에도 강 청장 등 한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양국 방산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이견을 해소하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가자는 쪽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