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저 ①농지 취득은 '클리어' ②지목 변경은 '뒷말'

입력
2021.03.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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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불법·편법 매입의 원조는 문재인 대통령이다.”(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매입한 경남 양산시의 사저 부지를 두고 정치권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농업인 자격이 없는 문 대통령이 농지를 불법으로 사들였고, 9개월 만에 농지를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전환한 것은 특혜라고 공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 제기”라며 반박 중이다. 농지법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어느 쪽 의견이 타당한지 짚어 봤다.


쟁점① 농지 취득은 불법? “문제없어”


문 대통령 부부와 경호처는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일대 5필지 등 3,774㎡(약 1,144평) 규모의 부지를 사저용으로 구입했다. 문제는 이 중 363-4번지와 363-6번지 등 2필지(1,844㎡·약 558평)가 농지(밭)라는 점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자신의 농업 경영에 이용 중이거나 이용할 계획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대통령의 농지 취득은 농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농지 구입은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비(非)농업인도 ‘농업경영계획서 제출→지자체 심사→농지취득자격증명서(농취증) 발급’ 절차를 거쳐 농지를 살 수 있다. 관련 심사요령에 따르면, '①1,000㎡ 이상 농지에서 농작물·다년생식물을 경작·재배한다 ②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한다'는 조건 중 하나라도 갖추면 농업인으로 인정된다. 문 대통령이 매실나무 등 다년생식물이 심어진 부지를 구입했기에 농취증 발급에 문제가 없다는 게 양산시의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지 취득 요건은 관대하다. 농사를 짓겠다는 의사만 명확하면 통과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농지 취득 당시 영농 경력을 ‘11년’으로 기재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야권은 “2009년부터 국회의원, 대선 후보, 당대표 등을 지낸 문 대통령이 11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가짜 계획서 작성이니, 불법 취득"이란 논리를 폈다. 하지만 농업경영계획서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영농 경력을 ‘0년’으로 적었어도 농지 취득에는 문제가 없었을 거란 뜻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농지 취득 자체는 적법했다고 본다”고 했다.


쟁점② ‘뒷맛’ 씁쓸한 농지→대지 지목 변경


문 대통령과 경호처가 농지 일부를 대지로 바꾸는 ‘지목(地目ㆍ땅의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점도 논란이다. 양산시는 올해 1월 문 대통령이 소유한 363-4번지 농지 1,845㎡(약 560평)에 대해 농지 전용(轉用)을 허가했다. 농지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앞으로 형질 변경(땅을 깎거나 덮는 부지 조성)과 경호동 준공을 거쳐 부지 지목은 대지로 변경된다. 국민의힘은 농지의 대지 전환은 ‘특혜’이자, 싼 농지를 사서 비싼 대지로 바꾸는 ‘투기’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우선 지목 변경이 이례적이지 않다. 양산시 관계자는 “양산에서만 매년 300여 건의 형질 변경이 이뤄진다”고 했다. 한 감정평가사도 “도시 주민이 귀농을 위해 시골에 농지를 산 뒤 지목 변경을 거쳐 전원주택을 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투기 주장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지목이 바뀌면 땅값 상승에 따른 이익이 정부에 내는 부담금(농지 공시지가의 30%)보다 훨씬 크긴 하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경호 기간이 최장 15년에 달하는 데다, 경호동마저 들어선 부지를 팔아 시세 차익을 누리긴 쉽지 않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사저 부지는 주식처럼 아침에 샀다가 저녁에 팔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야당의 비판을 모두 정치 공세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농지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농지를 사서 올해 1월 농지 전용을 추진한 건 ‘농사 용도로만 농지를 취득하라’는 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형식은 합법이나, 내용은 씁쓸하다고 했다. 반면 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 회장(홍익대 교수)은 “현실적으로 시골에도 1,000평 규모 대지는 없다. 농지를 끼지 않으면 부지를 마련할 수 없는 셈”이라며 “청와대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