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얼마나 오른 거에요?” “9억 넘었나요, 안 넘었나요?”
16일 서울 영등포구청 부과과에는 오전 9시가 되기도 전부터 전화벨이 울려댔다. 이날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지가 열람이 시작된 첫날. 관내 공시지가 상승률(22.28%)이 서울 평균(19.91%)을 웃돌았다는 소식이 전날 알려졌고, 이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적용 여부를 알아보려는 주민의 문의가 쇄도했다. 구 관계자는 “부동산정보원 사이트가 접속량 폭주로 마비됐다”며 “그 바람에 자치구로 더 많은 문의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폭주한 전화 때문에 직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민원 전화를 받아야 했다. 구청 관계자는 “1시간 만에 문의 전화가 100통 가량 쏟아져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다”며 “공시지가 담당 직원 5명에다 재산세 담당 직원 20명을 투입해 응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자치구에는 공시지가와 세금 관련 문의가 급증했지만, 분위기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공시가가 평균치 이상으로 상승한 영등포구 등은 분주했지만, 9억 미만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과 작년보다 상승 폭이 낮았던 지역은 비교적 잠잠했다.
이날 공개된 공시가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9억원 이상 된 아파트가 1만7,998가구로 전년(1만830호) 대비 무려 66.2%나 많아졌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종부세 경계선상에 있던 공시지가 6억~8억원대 아파트가 올해 대부분 9억원을 넘어섰다”며 “따지고 드는 주민에게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시지가 상승률 34.66%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치를 기록한 노원구는 조용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어도 관내 아파트 16만가구 중 9억원 이상이 367가구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 않았다”며 “실제로 세금이 부과된 것도 아니어서 체감하지 못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9억원 미만 주택이 많은 금천구도 마찬가지였다. 금천구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22.58% 올랐지만 관내 아파트 대부분이 9억원을 훨씬 밑돈다”며 “문의 전화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강남 3구도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해 공시지가가 25%나 올라 민원이 빗발쳤지만 올해 상승률은 13.96%로 낮은데다 ‘종부세 오른다’는 뉴스가 쏟아졌던 터라 체념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자치구도 오는 7월을 걱정하고 있었다. 대폭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주민들이 받아 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주민센터와 SNS, 구청소식지 등을 통해 이의 제기 방법과 절차를 알리고 있다”며 “7월에 빗발칠 항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