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흔들리는 박영선, '디테일 감성공약'으로 승부수

입력
2021.03.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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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반려동물 복지강화와 아동학대 방지, 청년 월세 지원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집중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서울시민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강조한 공약으로 바닥 민심을 훑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 여파로 흔들리는 박 후보가 '디테일'을 강조한 정책으로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 후보는 16일 서울 보라매공원을 방문해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 등 동물복지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진돗개 2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동물을 많이 좋아하지만 사회제도적 부분은 더 정비해야 한다”며 “반려동물 가족도 행복한 서울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는 △25개 자치구에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 △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 시행 △동물학대 사건 전담 부서 설치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1,000만이 넘는 반려동물 가족 중 상당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사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전날에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어난 아동 안전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서울 송파 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를 찾아 “제2의 정인이 사건, 제3의 구미 아동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첫 여성 시장이 돼 아동보호체계를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아동학대 대응팀'을 모두 배치하고,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와 학교 폭력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또 '학대없는 어린이집 인증사업'도 약속했다. 박 후보는 지난 13일에는 서울 서대문의 청년주택을 방문 △청년 월세 20만 원 지원 △청년 출발자산 5,000만 원 무이자 대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지난 주말 이후 거대 담론보다는 반려견과 아동 안전, 청년 주거 대책 등 특정 계층을 타킷으로 한 공약으로 '준비된 서울시장' 이미지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선거 전략은 박 후보가 특검 도입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며 LH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섰음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에 고전하는 결과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서울 시정과 거리가 있는 LH 문제에 굳이 적극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는 원래 한번씩 부침이 있다"며 "이런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인정하면서 이를 기회로 만들어 남은 선거기간 '반전'을 이뤄내겠다는 얘기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