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피해를 양산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주역들이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를 두고 이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이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600억 원가량을 투자한 회사인데, 이후 수백억 원대 횡령 의혹이 불거지고 매입 자금을 조달한 라임 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수원지법 제4파산부(부장 이용우)는 16일 스타모빌리티 회생절차개시 신청에 대한 특별조사기일과 관계인 집회를 동시에 열어 회생계획안을 심리했다. 횡령자금 회수에 실패하면서 기업회생을 신청, 회사 공개매각을 결정한 스타모빌리티는 올해 1월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이날 법정에 회생절차를 중단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은 탄원서에서 "스타모빌리티는 지금도 200억원 이상 현금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고 부채도 대부분 라임 펀드 채권이라 주식거래가 재개된다면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라임 펀드 투자금 중 400억원의 수익증권은 아직 내 소유인 만큼 거래만 재개된다면 대여금을 상환하고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스타모빌리티와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의 인수합병(M&A)를 두고는 "600억원에 이르는 라임의 현금성 주식자산인 채권을 20%도 안 되는 가격에 인수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주주와 최대 투자사 라임펀드 및 펀드 투자자들은 영문도 제대로 모르고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회생절차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회장의 대응은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한때 동업자였던 두 사람은 횡령 혐의 공범으로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초 스타모빌리티 CB 매각대금 400억 원 중 192억 원을 빼돌려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192억 원이 지금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에서 나온 자금이다.
이 대표는 스타모빌리티가 피해액을 변제할 만큼의 기업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으나, 김 전 회장은 회사가 매각되면 라임 피해자를 구제할 길이 막힌다며 회생절차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회생신청 인가로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에 합병되면 스타모빌리티가 라임 펀드에 상환할 채권액 비율이 17%대로 줄어 피해액을 변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게 김 전 회장의 논리다.
김 전 회장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 대표의 취임과 회생신청 과정에 하자가 있다는 의견서도 법정에 제출했다. 지분율이 28.24%에 달하는 1대주주 루플렉스1호조합에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를 열어 이 대표 선임을 결정하고 회생절차개시 신청과 M&A 투자계약 체결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김 전 회장 측은 주주총회 무효확인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날 재판에서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의 스타모빌리티 M&A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은 회생담보권자 86.39%, 회생채권자 96.6%의 동의를 받아 가결됐다. 재판부는 17일까지 추가 의견을 청취한 후 18일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에 라임 관련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전직 수사관 조모씨와 이 대표 등 스타모빌리티 관계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수사관 조씨가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 측과의 친분을 이용해 이 대표 등 스타모빌리티 임원과 모의, 실소유주인 본인이 수감 중인 상황에 M&A를 중개하며 로비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 김봉현 "라임 로비 덮어달라 회유"…전직 검찰 수사관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