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범위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에 이어 각 지자체에서도 자체 조사를 진행해 특수본에 수사 의뢰할 예정인 데다 특수본이 운영하는 신고센터에도 제보가 잇따르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특수본에 따르면 신고센터는 운영 첫날인 전날 오후 9시 기준 90건의 제보를 접수했다. 센터가 하루 12시간 운영(평일 기준)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당 8건꼴로 신고가 빗발친 셈이다. 운영 이틀째인 이날도 오후 5시 기준 81건의 제보가 들어와 총 접수 건수가 171건으로 늘었다. 신고 대상은 LH 직원, 중앙·지방정부 공무원, 시·도의원 등 다양하다는 것이 특수본 설명이다. 특수본에 참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총경급 센터장을 필두로 5명이 신고를 접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제보 내용을 들여다보고 수사 필요성을 따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합조단이 진행하고 있는 2차 조사와 경기 대구 등 지자체들의 전수조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수본은 합조단이 1차 조사를 통해 수사 의뢰한 LH 임직원 20명을 포함해 총 100여 명(16건)으로 집계(12일 기준)된 내사 및 수사 대상이 곧 수백 명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은 자체 첩보를 통한 인지 수사도 병행 중이다.
부동산 투기 혐의는 입증이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대상이 광범위해질수록 결론이 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수본은 우선 시민단체 고발 및 합조단 수사 의뢰의 주요 대상인 LH 임직원과 시의원 등의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폰과 컴퓨터 등을 포렌식 분석하는 작업만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일부는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를 이미 삭제해 복구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조단이 친인척이나 제3자를 통한 공직자 부동산 거래의 조사를 사실상 특수본에 맡겨 놓은 터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차명거래' 수사는 더욱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합조단은 LH 임직원뿐만 아니라 친인척까지 10만 명을 전수조사하려 했다가 강제수사권이 없어 개인정보 조회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특수본에 공을 넘겼다. 특수본은 공직자 친인척 및 제3자 거래 정황이 포착되는 대로 수사 대상에 적극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수본 내부에선 주요 수사를 매듭짓는 데만 최소 2,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날 관련 의혹을 파헤칠 특별검사(특검) 도입에 합의했지만 특수본은 일정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되 신고 접수 기간 등을 국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시간이 걸려도 긴 호흡으로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