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여파로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상승세를 타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밀당'을 하는 모습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한 19일(보선 후보 등록 마감일)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던 두 후보는 15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후보 모두 "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며 잔뜩 날을 세우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 열을 올린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후보를 향해 “야권이 힘들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라고 각을 세웠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요즘 LH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이냐”고 좀 더 노골적으로 오 후보를 비난했다.
오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안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전 총장 등) 당 외곽의 다른 유력주자들이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야권은 100% 분열된다”며 안 후보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전날 안 후보는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며 야권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겨냥한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안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안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맞대응하자, 양당 안팎에서는 한때 협상이 파국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두 후보가 험악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과 관련 있다. LH 투기 의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여당보다 야당쪽에 기울고 있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붙는 양자대결에서 경쟁력 있는 결과가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단일화 방안을 끌어내고자 한다는 얘기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날 "일부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여야 후보 간 3자 대결에서도 야당 후보가 밀리지 않는다는 조사까지 나오면서 단일화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을 재개한 실무협상단은 일단 16일 TV토론회를 진행하고, 17~18일 진행될 여론조사를 위한 업체 2곳을 선정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100% 휴대전화 여론조사로 진행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오 후보 측에서는 여론조사 문항에 소속 정당과 기호를 함께 제시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안 후보 측에선 경쟁력 질문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두 후보 모두) 자기 당의 기호와 당 이름을 내고 (경쟁)하는 후보지, 자연인 후보가 아니다”라며 적합도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신경전과 단일화 연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두 후보는 모두 “19일 단일화는 반드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행된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오 후보는 안 후보에게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단일화 실패는 제 사전에 없다. 19일 단일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도 “절대로 (단일화 실패로) 3자 대결 가서는 안 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양 후보 측이 쟁점을 좁히지 못해 19일까지 단일화 합의에 실패할 경우,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9일까지 데드라인을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