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19% 상승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인 9억원 초과 아파트가 21만 가구 이상 늘었다. 서울 노원·도봉·강북구를 일컫는 ‘노도강’은 공시가격이 약 30% 뛰었고 세종은 무려 70%가 올랐다. 정부의 경고대로 고가 아파트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5일 2021년도 공동주택(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며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이 19.08%라고 밝혔다. 지난해 5.98%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13.1%포인트나 늘었다. 2007년 22.7%가 뛴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수도 이전 바람이 불었던 세종이다. 70.68%가 뛰며 전국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어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순으로 많이 올랐다.
세종은 공시가격 중위값도 4억2,300만 원으로 전국 1위다. 공동주택 가격공시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서울이 중위값 1위에서 밀려난 것은 처음이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중위값은 3억8,000만 원, 전국은 1억6,000만 원이다.
서울에서는 노도강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노원구(34.66%)를 필두로 도봉구(26.19%)와 강북구(22.37%)도 서울 평균 이상 증가했다. 성북구(28.01%) 강동구(27.25%) 동대문구(26.81%)처럼 강남에 비해 저평가된 지역들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뛴 것은 집값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높아진 현실화율(공시가 대비 시세)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5~10년에 걸쳐 시세반영률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현실화율은 70.2%로 지난해 69% 대비 1.2%포인트 높아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비롯해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된다. 특히 올해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인 1가구 1주택 기준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대폭 늘었다. 대부분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들이다.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에 52만4,620 가구로, 지난해(30만9,361 가구)에 비해 21만5,259 가구(69.6%)가 늘었다. 이 중 41만2,970 가구는 서울에 있다. 지난해 28만842가구보다 47%가 증가했다.
전체 공동주택 중 9억원 초과 비중은 전국이 3.7%지만, 서울은 16%에 이른다. 서울은 노도강 등 강북의 중저가 공동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종부세 편입 대상도 늘었다.
경기 지역도 종부세 대상이 8만4,323 가구로 전년(2만587 가구)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부산 역시 1만2,510 가구로 지난해(2,912 가구)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5가구였던 세종은 올해 1,760가구로 70배가 늘었다.
공시가격은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부세율을 결정한다. 특히 올해는 종부세율이 기존 0.6~3.0%에서 구간별로 1.2~6.0%로 높아졌다. 서울 강남구의 고가 아파트들은 1주택자라도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국토부는 16일부터 내달 5일까지 소유자 등의 의견 검토 후 반영한다.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달 29일 공시가격이 결정·공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