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가 아파트 세금 폭탄이 현실화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도 상승한 탓이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상당한 세부담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세만 지난해보다 3,6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0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현실화율(공시가 대비 시세)이 높아진 데다 집값도 크게 오른 영향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르면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은 올해부터 매년 3%포인트씩 현실화율이 올라간다. 특히 서울에서 공시가격 급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10억8,192만 원이다. 9억원은 이미 지난해 3월에 돌파했다.
공시가격 상승은 곧 보유세 인상을 의미한다. 종부세와 재산세 등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종부세율 인상도 함께 예정돼 있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6월 이후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종부세율은 기존 0.6~3.0%에서 1.2~6.0%로 치솟는다. 1주택자 종부세율도 현재 0.5~2.7%에서 0.6~3.0%로 소폭 상승한다.
초고가 아파트는 말 그대로 '억대' 세금을 내게 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이 모의 계산한 결과, 올해 전국 공시가격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407.71㎡ 1주택자(60세 미만)의 보유세는 4억952만9,280원에 달한다.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면적 273.93㎡ 1주택자도 보유세로 1억1,095만7,472원을 내야 한다.
다른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의 경우, 60세 미만이면서 보유 기간이 5년 미만인 1주택자의 보유세는 지난해 대비 95.65% 늘어난 1,991만155원이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20.82㎡ 1주택자 또한 전년보다 102.5% 증가한 1,859만960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이는 강남구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로 계산한 것이라 실제 세금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의 전년도 대비 증가분을 50%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유세에는 종부세와 재산세뿐만 아니라 도시지역분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도 포함돼 실제 상승률은 50%를 초과할 수 있다.
반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 중저가 아파트는 세부담이 줄어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는 지난해 대비 재산세 부담금이 다소 감소한다. 경기 동두천시 A아파트 전용면적 59㎡ 1주택자의 보유세는 13만7,000원에서 11만1,000원으로 19.0% 줄어든다.
정부는 증세가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부담을 견디지 못한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시행 시기를 6월 1일로 설정해, 그 이전까지 중과 부담을 피해 주택을 매각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며 "이에 따른 다주택자 등의 매물 출회를 기대하면서 동향을 각별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상향에 따른 세수 확보액도 상당하다. 이우종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관은 "재산세의 경우 지난해보다 대략 3,6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