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구역 아닌 주변 땅 매입한 사람 추적이 진짜"

입력
2021.03.15 11:00
토지보상 전문 정홍철 변호사
"신도시 정보 알았다면, 내부보단 주변 땅 샀을 것"
"빽빽이 심은 묘목, 보상비보단 다른 것 노린 듯"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 조사가 냉랭한 민심을 바꾸지 못하자 정치권에선 특검 도입이나 3기 신도시 내 토지 소유자 전수조사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토지보상 지역 내 보상 분쟁을 주로 담당해 온 정홍철 변호사는 현재 투기 의혹이 제기된 3기 신도시구역 내부가 아닌 바로 근처 지역에 대해서 광범위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느 땅이 보상지역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나라면 그 땅을 사진 않겠다"며 "개발로 인한 보상은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보상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보상지역의 폭등한 땅값은 제 보상 금액에 포함을 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신 개발되는 땅 바로 주변의 땅을 주목했다. 사전에 신도시 정보를 알았다면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내부보다는 주변 지역의 땅을 샀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역 내의 땅을 산 사람은 실제적으로 보상에서 이득을 못 보지만, 주변 땅값은 시세 차익을 엄청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형질 변경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주목 대상이다. 정 변호사는 "임야(산림, 황무지 등)를 사서 형질변경을 해서 전(밭)으로 바꾸고, 3기 신도시가 발표가 되면 땅을 전으로 보상을 받을 테니까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 자주 보도된 '나무를 심어서 보상 비용을 올리는 행위'도 이론상으로 가능은 하나 현실적으로는 큰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나무로 인한 보상은 기본적으로 (해당 토지로 나무를 이전한) 이전비를 보상받는 형태라, 굳이 없는 나무를 돈을 들여 심을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묘목을 심어 나무로 키우면, 묘목은 이전비가 없지만 나무는 (이전비가) 있기 때문에 차익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방식이 현실적으로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나무가 그렇게 빨리 자라지 않고 "(보도된 사진처럼) 빽빽이 심으면 다 자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 잔뜩 심어 놓은 나무가 보상비보다는 대토 보상 평가 개선이나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정 변호사는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가 "실효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공사 직원들이 자기 이름으로 거래했겠느냐"며 "사람이 아닌 토지 가운데 투기의 조짐이 보이는 토지를 대상으로 역추적하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고 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