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대지진 그후 10년… "日 네 가지 거대 재난 또 닥칠 것"

입력
2021.03.15 19:00
日전문가 '분게이슌주'에 기고문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각변동 지속 중"
"수도권 ‘밀집’ 피해 분산 대비책 필요”

엄청난 희생을 치른 '3·11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지났지만 네 가지 큰 재난이 또 닥칠 것이란 경고가 일본에서 회자되고 있다. ‘수도 직하 지진’(도쿄 바로 아래에서 일어나는 지진) 등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가마타 히로키(鎌田浩毅) 교토대 대학원 교수는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최신호에서 ‘2월 여진은 경종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각심을 호소했다.

가마타 교수는 “2011년 3월 11일을 경계로 일본 열도의 지반이 ‘대변동의 시대’에 들어갔다”며 “동일본대지진은 계속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지난달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여진은 이를 알려준 예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연히 불안을 부추기려는 게 아니다”라며 네 가지 재해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① 규모 8급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

"동일본대지진은 너무나 거대한 지진이었으니 20년간은 여진을 경계해야 한다." 가마타 교수는 과거 연구를 보면 여진의 최대 규모는 본진의 규모에서 1을 뺀 것으로, 최대 8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 8은 도쿄에서 느끼는 진도가 5에 이르고, 쓰나미가 발생할 수도 있다.

② 수도 직하 지진

일본 수도권은 200~300년 간격으로 규모 8급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 사이에도 규모 7급의 지진이 계속돼 왔다. ‘수도 직하 지진’은 가장 위험하다. 가마타 교수는 △수도권 동부에서 연약한 지반에 의한 건물 붕괴 △서부에서 대규모 목조주택 화재 △도심에서 '빌딩풍'(지진으로 발생하는 순간적인 강풍)에 의한 화재 등으로 이어져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③ 후지산의 분화

가마타 교수는 “후지산을 필두로 전국의 활화산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진 직후부터 ‘마그마 웅덩이’ 주변의 지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세기 대지진 발생 후 46년 뒤 일본 역사에서 최대급인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 경계의 '도와다 화산'이 분화했다. 후지산이 마지막 폭발한 것은 1707년인데, 이때도 ‘호에이 지진’이라 불리는 거대 지진이 2개월 후 일어났다. 가마타 교수는 “후지산은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 수준의 ‘성장기’”라며 “향후 반드시 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④ 서일본대지진(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난카이(南海) 트로프’란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에 있는 깊이 4,000m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를 지칭한다. 이 지역엔 난카이 지진, 도난카이(東南海) 지진, 도카이(東海) 지진 등 세 가지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세 지진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게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다. 가마타 교수는 이를 ‘서일본대지진’이라 명명하고, “2030~40년 사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만약 규모 9.1의 서일본대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34m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희생자가 3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일본 정부 내각부는 예상하고 있다.

가마타 교수는 이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감염증 예방과 같이 지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 직하 지진이 극심한 재앙이 되는 것은 인구와 주택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며 “‘밀집’ 대신 ‘분산’으로 재해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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