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로펌 고용한 미얀마 수치측… 군부 여론전에 소송전 '맞불'

입력
2021.03.13 18:40
"국제법정서 유혈 진압·선출직 탄압 문책"
양곤 등에서 군경 또 총격… 최소 8명 사망

군부에게 정권을 빼앗긴 미얀마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이 해외 인권 전문 법률회사를 고용했다. 최근 해외 로비스트를 고용, 여론전에 착수한 군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통해 맞불을 놓아 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13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가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로펌 ‘볼테라 피에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혔다. CRPH는 수치 문민정부 집권당이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연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들이 구성한 단체다.

CRPH는 “이 로펌이 시위대 유혈 진압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 대표 탄압에 책임 있는 이들을 상대로 한 국제법정 제소에 법률적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며 “법적 다툼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단호하게 법적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다량의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로펌은 그동안 인권 침해 사건들에 대해 많은 국가와 피해자들에게 법률 조언을 해 왔다는 게 CRPH 설명이다. 이 로펌도 웹사이트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 법정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고 국제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볼테라 피에타 미얀마팀은 많은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제공한 로버트 볼테라, 알바로 니스타 변호사가 이끌 예정이다.

CRPH의 로펌 고용은 최근 군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미얀마 군부의 입장을 설명한다며 해외 로비스트를 통해 ‘이미지 세탁’에 나선 데 대한 대응처럼 보인다. 군정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사태는 서방 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피는 멈출 줄 모른다.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총격 등으로 이날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 1명을 포함한 4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최소 15명이 다쳤다. 최대 도시 양곤과 중부 삐이 지역에서도 24시간 동안 최소 4명이 숨졌다.

전날 미얀마 정치법지원협회(AAPP)는 11일 기준 70명 이상이 군경 총격 등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수치의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규탄 시위를 진압하는 데에 군경이 폭력을 동원하며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