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애를 낳고 다시 일하러 갔다는 말은 나쁜 말이다. 애를 낳는 일이 수고 없이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것이란 허구를 심어주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굴욕 없는 출산’의 저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이해도뿐 아니라, 외롭고 낯선 길에 들어 선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혹한 태도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책을 보다 보면 유독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는 여성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있음을 직시하게 된다. 다쳐서 우는 아이에게 ‘왜 아프다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가’라거나, ‘나도 예전에 다쳐봤어, 울지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주변에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 취약 지역에 거주하며 임신 과정을 겪었다. 출산은 살아오는 동안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유일하게 위험했던 일인데, 아무도 그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아 기록을 결심했단다. 그는 책에서 “진통을 하며 내일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을 느꼈고, 출산 직후엔 뛰어내릴까 겁이 나 거실 창가로 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다”며 임신부와 산모를 다독이는 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 네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가, 나라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 때론 별거 아닌 이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산부인과 진료대를 꼭 ‘굴욕 의자’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지적하기에 앞서, 임신부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를 공감해주고 받아준다면 적어도 저자와 같이 울분에 찬 여성들이 계속해서 나오진 않을 것이다. 생명을 낳는다는 거룩함 앞에, 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지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