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州) 경찰이 6일(현지시간) 로힝야 난민들을 대대적으로 단속ㆍ검거했다. 카슈미르 포토저널리스트 캄란 유수프는 “160명이 넘는 난민들이 붙잡혀 내무부 통제를 받는 구금시설 히라나가르 홀딩 센터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날 단속으로 부모님이 잡혀가고 아이들만 남은 가족이 여럿 나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인도 로힝야 난민단체인 ‘로힝야 인권 이니셔티브(ROHRIngya)’ 활동가 사버 초민은 경찰이 이튿날에도 난민캠프를 찾았다며 “닷새 안에 짐을 다 싸라면서 캠프 폐쇄를 경고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공포에 질린 난민들이 델리 등으로 피란길에 오른 사진이 다수 올라와 있다. 초민은 인도 전역의 로힝야 난민 현황을 챙겨 온 자신도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약 20가구는 정글로 피신했어요. 인도 언론은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부적절한 용어로 우리에게 적대적 보도를 쏟아내고, 유엔과 비정부기구(NGO)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단속은 인도 정부가 조만간 로힝야 난민 강제송환 절차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례도 있다. 로힝야들은 현재 저격수까지 배치하며 사실상 ‘자국민 살해 작전’을 펴고 있는 미얀마에서 이미 3,4년 전 극단의 학살을 경험했다. 유엔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한 폭력으로부터 피신한 난민들을 다시 박해 받는 본국으로 추방하는 건 국제인권법이 보장한 ‘강제추방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다.
인도의 로힝야 난민 추방 움직임은 국내외적 이해관계를 담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론 서벵골 등 5개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힌두 극우정치권의 반(反)로힝야 선동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7일 서벵골주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선 인도국민당(BJP) 정치인 수벤두 아디카리는 마마타 바너지 주장관을 향해 “로힝야 불법 침입자들의 어머니”라고 맹비난했다.
밖으로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외교ㆍ심리전에 협조하는 외교술로도 쓰인다. 미얀마 군부는 방글라데시 캠프의 로힝야 난민들을 데려오겠다고 줄곧 공언해왔다. ‘존엄’하고 ‘자발적’이고 ‘안전한’ 3대 송환 원칙과 더불어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지만) 군부가 내밀 수 있는 몇 안되는 유화 카드가 로힝야 난민 송환이다. 종족과 커뮤니티 사이의 역학관계가 어그러진 현 쿠데타 국면에서 과거 로힝야 대학살을 주도했던 군부는 이제 소수민족 탄압을 지지하던 자국 주류사회(민주화 진영)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2008년 군정 기안 헌법을 억지로 통과시키기 위해 로힝야 표를 이용했듯, 이들의 송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기만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보도가 하나 나왔다. 쿠데타 군부가 이스라엘 군정보국 출신의 아리 벤메나시라는 인물을 홍보담당자로 고용했다는 소식이다. 메나시는 7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길 원치 않는다”라며 “서방 국가와 미국에 가까이 다가가려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가 본격적인 선전전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메나시는 로힝야 난민 송환 이슈도 꺼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접촉해 로힝야 난민들의 송환 계획에 관해 이들 국가의 지지와 협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테타 군부가 임명한 국방장관 미아 툰 우와 ‘홍보 계약서’에 서명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거래 금액은 200만 달러(23억 원)다.
종합하면 로힝야 송환 문제가 미얀마 군부의 홍보 소재로 전락하고, 인도는 이에 호응하는 격이 돼버린 것이다. 인도 로힝야 난민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안다만해역에 표류하며 구조를 요청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로힝야 난민선이다. 지난달 11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를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엔진 고장을 일으켜 8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실종됐다.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81명도 하루하루를 죽음의 위기와 싸우고 있다. 어린이도 23명이나 된다. ROHRIngya 측은 인도 정부에 난민 구조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해양경찰은 이들에게 식량과 물을 제공하며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과시하면서도 정작 정박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잠무카슈미르의 로힝야 난민 단속과 추방 절차 돌입은 보트 난민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얀마는 인도 ‘신(新)동방정책’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인도가 미얀마 쿠데타에 침묵하고, 쿠데타란 용어 사용조차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5일 나온 첫 인도 외교부 성명은 “(미얀마)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으로서 관련 문제에 관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압박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는 지난달 18일 제3차 쿼드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법치 준수와 미얀마의 민주적 과도기를 강조한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앞다퉈 군부와 연계된 사업을 정지하거나 합작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만큼은 예외다. 아무일 없다는 듯 장관이 직접 나서 미얀마와의 사업 진척 상황을 자랑스레 브리핑한다. 만숙 만다위야 해운장관은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의) 시트웨 심해항구가 이제 작동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심해항구는 4억8,400만 달러(5,500억 원)가 들어간 프로젝트 ‘칼라단 멀티모달’의 일부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 서벵골주 할디야 항구에서 시작, 미얀마 라카인주 시트웨항을 지나 촉토까지를 해상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다시 촉토에서 친주 팔레트와를 거쳐 인도 동북부 미조람까지 북쪽으로 올라가는 육로를 건설, 육지와 바다를 두루 이용할 수 있는 양국 무역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 입장에선 칼라단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만큼 쿠데타 군부와 굳이 갈등을 일으킬 이유가 없는 셈이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난달 15일 현지 일간 더힌두에 "칼라단 프로젝트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밖에 아다니 그룹과 바라트 다이나믹, 힌두스탄항공 등 8개 인도 기업은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 명단인 ‘버마 캠페인 UK’의 ‘더티 리스트’에 올라 있다. 또 2019년 7월 미얀마 쿠데타의 정점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은 인도를 방문해 군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인도는 미얀마 유엔평화유지군을 훈련하는 등 양국은 다방면에서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제사회의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숨어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