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독과점 행태를 비판하는 데 앞장 선 법학자를 대표 규제기관 멤버로 발탁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거대 IT기업과 연대를 추구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와 확실히 결이 다른 행보다. 구글, 애플 등을 겨냥한 공격적 규제 정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이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칸 교수 측근들을 상대로 그의 신원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행정부 핵심 인사 공식 발표 전 마지막 절차다. FTC는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여부를 판정하는 미국의 대표적 경쟁 규제기관이다. 위원 5명 중 3명을 여당인 민주당 추천 인사로 채우고, 상원 인준을 받아야 활동할 수 있다. 인준을 통과하면 칸 교수는 최연소(32세) FTC 위원에 이름을 올린다.
그는 2016년 아마존 독점 문제를 파고든 논문을 발표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에서 보좌관으로도 일한 칸은 “아마존ㆍ애플ㆍ페이스북ㆍ구글은 혁신이 약하고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도 줄여 민주주의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위원회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번 인사는 거대 IT기업들을 옥죄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 한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쟁 보장보다는 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첫 신호”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기술ㆍ경쟁정책 특별 보좌관에 역시 IT공룡 비판론자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두 인사의 합류로 12월 페이스북을 고소하는 등 최근 독점금지법 위반 기업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FTC는 한층 힘을 얻게 됐다. 좌파 성향의 비영리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그간) 정부는 만연한 독점금지법 위반, 사생활 침해, 데이터 보안 침해 등 IT 업체들의 권력남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칸의 임명이 FTC의 새로운 날을 예고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다만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 인준 통과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원 반독점소위원회 소속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은 공개적인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칸 지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독점금지법 시행보다 이념과 정치를 앞세우려는, 분명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