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월까지 전국민 2차 접종률 70%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70%라는 기준은 엄밀하다기보다 잠정적이다. 우리가 필요한 집단면역의 수준은 결국 코로나19가 얼마나 전파가 잘 되는지에 달려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는 감염재생산수를 43~90% 정도 증가시킨다. 문제는 이 변이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점종이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발견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변이가 국내에 유입된다면 요구되는 집단면역 수준은 더 높아진다. 문제는 또 있다. 백신 접종률은 집단면역 수준이 아니다. 집단면역 수준은 백신접종률에 더해 백신의 효과와 기존감염자수도 계산해야 한다.
만약 필요한 집단면역수준이 80%라면 우리나라 성인인구가 대부분 접종해야 겨우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접종률 목표를 상향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전국민 70% 접종 시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하다'는 표현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은 2020년 국민의 약 25%가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신 접종 없이 전국민 4분의 1이 면역을 획득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결과는 미국의 엄청난 피해를 보여주지만 집단면역이 추가적인 40~50% 이내 접종만으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항체양성률은 2020년 기준 약 0.3%다. 역설적으로 방역이 잘되었기 때문에 집단면역형성에 감염자가 기여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
이 수치들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전망을 불확실하게 한다. 2020년 방역성과는 부정할 수 없다.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적은 편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올해는 예상하지 못한 상대적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백신 접종을 빠르게 시작했고 인구 100명당 미국 25회, 영국 35회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단계적 봉쇄완화를 선언했고, 미국은 주정부별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외국의 봉쇄완화와 경제 정상화 시점은 점점 더 당겨지고 있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회복 시점은 그만큼 빨라진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분기에야 일반 인구집단에 대한 접종이 이루어지고, 그 전까지는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만 시행된다. 정부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더라도 올해 6월에 겨우 집단면역수준 20%에 도달한다. 이 정도는 미국과 영국이 접종 전 감염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수준에 불과하며, 이 정도로는 사망은 막을 수 있으나 유행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대책은 조금이라도 백신 접종일정을 당기는 것이다. 또한 가급적 백신을 많은 인구에게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일정을 당길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차선책으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는 있다. 코로나19가 위험한 이유는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집단이 백신으로 보호받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래도 감염확산의 위험은 상존한다. 마지막은 백신 업데이트에 대한 고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는 백신효과를 매우 떨어뜨리며 확산에 대비해 추가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물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접종전략을 가져갈 것인지 지금이라도 빨리 고민해야 한다.
작년은 많은 국민의 노력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적은 확진자수가 출구전략을 수립하는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백신 확보 노력과 국민의 접종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