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렸던 호랑이에 날개 단 홍명보, '동해안 더비' 정조준

입력
2021.03.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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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군단’ 울산이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더 강력해졌다. 개막 3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무려 9골을 쏟아냈다. 보인 경기 내용은 물론 기존 선수들과 이적생 면면의 능력치가 한층 극대화 된 모습이라 지난 2년의 준우승 아픔을 씻어낼 적기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울산은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초반 3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3연승을 기록,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인한 코호트격리, 핵심 미드필더 윤빛가람(31)의 중국 이적설 등 여러 변수 아래 놓였던 팀이라 개막 3연승 행보는 더 놀랍다.

특히 새로 합류한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팀을 떠나려다 머물게 된’ 선수들의 활약이 어우러진 성과라 의미도 크다. 이번 시즌 울산을 확실히 이끌고 가는 선수는 중국 산둥 루넝 러브콜을 마다하고 울산에 머물고 있는 윤빛가람이다. 지난 1일 강원과의 홈 개막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팀의 시즌 첫 득점에 성공한 그는 9일 인천전에서도 득점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전 이적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틀어져 울산에 남게 된 김인성(32)도 절치부심, 개막전 2득점과 인천전 1득점으로 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득점 기회에서의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김지현(25), 힌터제어(30) 등 공격수들의 부상 공백을 지워버렸다.

지난해까지 부산에서 활약했던 이적생 이동준(24)은 일찌감치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주 포지션이 아닌 최전방에서도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휘저으면서 득점은 물론 페널티 킥 유도, 어시스트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내고 있다. 특히 인천전에서는 페널티 박스 내에서 감각적인 패스로 김인성의 쐐기 골을 도우면서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은 공격진만큼이나 골키퍼 조현우(30)의 활약을 높게 사고 있다. 지난해 A매치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함께할 수 없었던 조현우는 개막 이후 3경기에서 1실점만을 기록하며 팀의 질주를 뒷받침하고 있다. 홍 감독은 조현우를 두고 “밖에서 봐 온 것 이상으로 좋은 능력을 갖춘 골키퍼”라며 “함께 훈련하며 지켜보니 근래 봐 온 골키퍼 중 가장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울산은 이제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예정된 동해안 더비를 정조준 한다. 최근 10경기에선 포항에 6승4패 우위지만, 재작년 12월 1일(1-4 패), 지난해 10월 18일(0-4 패) 등 시즌 마지막 대결 때 울산의 우승 경쟁에 찬물을 끼얹은 상대라 껄끄럽다. 포항 출신 홍 감독이 친정을 넘어 상승세를 이어갈지도 주목 할만한 대목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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