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여유로운 감성과 시원스러운 드라이빙이 매력적인 혼다 파일럿 시승기

입력
2021.03.10 11:30

최근 국내 SUV 시장은 말 그대로 다양한 형태와 감성, 그리고 지향점을 품은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SUV 시장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바로 3열의 시트 구성, 그리고 넉넉한 체격과 여유로운 파워트레인을 앞세운 대형 3열 SUV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대중적인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각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를 진하게 반영한 대형 3열 SUV들을 속속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의 대형 SUV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식 대형 3열 SUV로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혼다 파일럿을 마주하게 되었다.

혼다 파일럿은 말 그대로 대형, 3열 SUV의 전형을 보여준다. 실제 여느 대형 SUV들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5,005mm의 전장과 1,995mm의 전폭 그리고 1,795mm의 전고를 갖춰 시장에서의 경쟁 모델들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거대한 체격에 어울리는 공간을 위해 2,820mm의 휠베이스를 확보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V6 엔진과 혼다의 지능형 AWD 시스템인 ‘i-VTM4’ 시스템 등을 얹은 대형 3열 SUV임에도 불구하고 1,965kg에 불과해 ‘경량화’에 대한 만족감이 돋보인다.

날렵하게 다듬어진 혼다 파일럿

현재의 혼다 파일럿은 대담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실 혼다 파일럿의 과거를 본다면지금의 디자인은 꽤나 인상적인 모습이다. 특히 바로 앞 세대의 혼다 파일럿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사각형 가득한 존재로 무척이나 단조롭고 투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혼다 파일럿은 3세대 사양의 디자인 및 부분 변경 모델이며 최신의 혼다 디자인과 함께 대형 3열 SUV의 특성과 소비자들에 대한 브랜드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파일럿의 전면 디자인은 최신 ‘혼다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익스트림-H 프론트 그릴’을 기반으로 날렵한 헤드라이트 및 스포티한 감성이 더해진 바디킷을 더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전 세대와의 파일럿 대비 더욱 시각적 매력이 높다.

참고로 이러한 디자인은 혼다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픽업트럭인 릿지라인과 동일한 모습이며 이를 통해 다른 혼다 차량과의 동일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측면에서도 대형 SUV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파일럿이 전장 대비 전고가 높은 편이라 전장이 다소 짧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전반적인 라인 처리 등이 세련된 판이라 전체적인 만족감은 우수하다.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각도를 끌어 올려 긴장감을 강조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다.

후면 디자인에는 ㄱ 형태로 다듬어져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해 시각적인 명료함을 더욱 강조하고, 리어 범퍼 하단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새롭게 추가하며 SUV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더욱 높인다.

대담하고 여유로운 공간의 가치를 누리다

넉넉한 체격에서 볼 수 있듯 혼다 파일럿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여유롭고 넉넉하다.

실제 실내 공간에는 보는 순간 넉넉하고 여유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균형적으로 제작되어 보다 높은 공간감과 개방감이 돋보이는 좌우대칭의 대시보드, 그리고 혼다 특유의 구성이 돋보이는 센터페시아를 적용했다.

덧붙여 시인성과 조작성을 확보한 계기판과 혼다 특유의 버튼식 기어 시프트 패널 역시 함께 적용되어 그 매력을 더욱 높인다.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 국내의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제 몫을 다해 대중들의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실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있어서 기존보다 훨씬 개선된 그래픽 표현을 통해 체감되는 만족감이 높아졌고, 오딧세이에서 눈길을 끌었던 캐빈토크 기능 또한 새롭게 추가되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오디오 시스템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큰 체격,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1열 공간은 물론 2열 공간까지 넓은 공간을 완성했다.

특히 좌석을 가리지 않고 레그룸과 헤드룸을 모두 확보한 점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시트의 쿠션감도 우수한 편이라 장거리 주행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외에도 1열 시트 사이에 위치한 센터 콘솔은 평평한 구조로 짐을 두기도 좋고 적재 용량도 크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7인승 사양으로 마련된 뉴 파일럿은 2열 공간의 만족감을 크게 끌어 올렸다. 넉넉한 공간과 풍성한 쿠션감이 느껴지는 시트는 물론이고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워크-인 버튼과 폴딩 기능, 2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적재 및 수납 공간 등을 다양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장거리 여정을 떠나는 가족, 단체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

또한 3열 시트 역시 만족스럽다. 실제 2열 시트를 기본 위치에 두었을 때에도 3열 시트에 성인 남성이 만족스럽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시트의 형태 역시 체격을 가리지 않고 제법 만족스러운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혼다 파일럿의 적재 공간 역시 큰 매력이다. 실제 3열 시트까지 모두 사용할 때에는 그 공간의 가치가 돋보이는 건 아니지만 3열 시트와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었을 때에는 2,376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다. 이를 통해 수 많은 짐을 손쉽게 옮길 수 있다. 게다가 북미 측정 기준에 따르면 최대 3,072L에 이르는 공간이 마련된다.

여전히 돋보이는 V6의 존재감

혼다 파일럿의 보닛 아래에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유행이라 할 수 있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아닌,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V6 3.5L SOHC i-VTEC 엔진이 자리한다.

이를 통해 혼다 파일럿은 최고 출력 284마력과 36.2kg.m의 풍부한 토크로 육중한 체격을 이끈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와 지능형 AWD 시스템인 ‘i-VTM4’를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달해 보다 효과적인 주행 성능을 과시한다.

참고로 파일럿의 공인 연비는 8.4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7.4km/L와 10.0km/L다.

여유로운 드라이빙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혼다 파일럿

본격적인 드라이빙을 위해 파일럿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넉넉한 체격, 뛰어난 개방감과 함께 다양한 기능을 언제든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그 만족감이 높였다.

여기에 시트 역시 여유롭게 다듬어져 있어 장거리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게다가 가솔린 SUV인 만큼 소음에 대한 억제 능력도 우수할 뿐 아니라 진동에 대한 대응도 워낙 우수해 차량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자연흡기 엔진 고유의 매끄럽고 기민한 반응과 함께 출력이 전개된다. 284마력고하 36.2kg.m의 토크는 아주 우수한 출력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전개되는 발진 가속 이후로 거침 없는 ‘가속’이 꾸준하게 이어진다.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탑승자, 적재물에 구애 받지 않은 견실한 주행이 가능했다. 게다가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되어 있는 만큼 RPM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 생기 넘치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i-VTM4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실제 주행을 하는 동안 혼다 파일럿의 i-VTM4 시스템은 아무런 이질감, 특징 없이 매끄러운 조율 능력을 제시해 ‘주행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9단 변속기는 철저하게 부드러운 주행 질감, 그리고 고속 주행 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셋업을 갖췄다. 실제 90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유로 주행 시에도 9단이 아닌 8단의 기어비를 택해 더욱 높은 속도로 정속 주행에 최적화 된 모습이다.

덧붙여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우며, 스포츠 모드에서는 적극적으로 RPM을 활용하는 ‘선명한 태세 전환’을 선보이며 그 매력을 한껏 강조하다. 다만 패들 시프트의 활용도는 다소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체격이 큰 대형 SUV들은 그 움직임 등에 있어서 무게의 부담, 체격의 부담이 있는 것과 달리 편안한 드라이빙을 제시하면서도 보다 경쾌하고 다루기 좋은 ‘대중적인 SUV’의 가치를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나 조향 시 느껴지는 질감 등이 무척이나 가볍게 조율되어 누구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또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영 역시 상당히 경쾌한 편이라 대형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탑승자, 적재물이 늘어나도 이러한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다루기 좋은 매력 외에도 보다 뛰어난 승차감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일부 SUV들이 다소 단단한 서스펜션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으나 혼다 파일럿은 다양한 주행 환경, 속도 구간 등을 가리지 않고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주행 질감을 제시한다.

실제 일반적인 도심 속 주행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주행 중 마주하게 되는 포트홀, 도로의 이음색, 또는 이물질 등을 밟더라도 1열의 탑승자는 물론이고 2열, 3열 탑승자 모두가 우수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도록 서스펜션을 보다 섬세하게 다듬었다.

덕분에 혼다 파일럿은 단순히 대형 SUV라는 매력은 물론이고 많은 가족과 함께 장거리 주행, 그리고 여행 등의 다양한 활동을 누릴 수 있어 패밀리 SUV의 미덕을 보다 직설적으로 제시한다.

한편 혼다 파일럿을 시승하며 자유로를 달리며 그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균 86.4km/h의 속도로 총 35분 동안 자유로를 달리며 약 50.4km의 거리를 달린 혼다 파일럿의 계기판에는 13.2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수치는 공인 연비 및 공인 고속 연비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 만족할 수 있는 수치로 파일럿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좋은점: 넉넉한 체격과 공간, 다루기 좋고 편안한 주행

아쉬운점: 다소 부족한 기능과 편의 사양, 그리고 한일관계

여전히 매력적인 대형 SUV, 혼다 파일럿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SUV의 유행이 퍼지며 정말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며,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한일관계의 냉각 역시 소비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의 시승에서도 알 수 있듯, 혼다 파일럿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뛰어난 대형 SUV였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 혼다 코리아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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