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남 진도군에 사는 '진도개'입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따라 보호 받지요. 왜 진도개냐고요? 진도군은 진도개로 품종을 등록했는데 한글 맞춤법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진돗개로 표기되면서 진돗개로 더 많이 불립니다.
최근 우리가 출연하는 진도군의 '진도개테마파크'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도군은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진도개와 함께하는 어질리티, 공연, 경주를 보러 오라'며 누구나 진돗개를 체험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테마파크에서 진행되는 어질리티(장애물넘기)를 포함해 댄스, 특산물 맞히기, 줄넘기, 경주 등이 개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한 시민은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실현되는 지금 시대를 역행하는 진도개테마파크 폐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지요.
진도개테마파크가 문을 연 건 2012년, 본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는 7년째입니다. 하지만 유독 올해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된 이유는 뭘까요.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수년 전 다른 지역 테마파크가 진돗개를 훈련한다며 매질하고 채찍질해 넘어트리는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영상이 진도개테마파크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진도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토종견인 개의 우수성을 알리고 올바른 애견문화 정착과 인식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어질리티 등 프로그램은 국내외 애견협회가 품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하는 프로그램 내용과 비슷하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요.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 자체가 개의 습성을 무시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굳이 입마개를 한 후 경주를 시키고, 사람과 춤을 추게 할 필요는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이어 "세금이 들어가는 지자체 프로그램인데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우는 데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는데요.
우리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건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두발로 서서 트로트 음악에 맞춰 사람과 춤을 추고 줄넘기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경주를 해야만 우리의 뛰어남을 알릴 수 있는 건가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반려동물을 포함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습니다. 동물을 단지 사람의 재미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오히려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지요. 우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소중하다면 그에 맞춰 소중히 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