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금강변서 올해에만 8차례 화재…주민들 불안

입력
2021.03.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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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이달까지 8차례 화재...방화 추정
경찰 수사 나섰지만 화재 경위, 용의자 파악 등 안 돼
주민들 "산책하기 두렵다..수사 강화해라"


지난달부터 세종시 금강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8차례나 반복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화재 경위 등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세종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4차례, 이달 6일 1차례, 7일 3차례 등 올해 들어 세종시 금강변에서 모두 8차례 불이 났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갈대 등이 대거 소실됐다.

특히 불이 난 곳은 인근에는 세종시청과 세종시의회, 세종교육청 등 주요 관공서가 있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또 화재가 난 금강변에는 시민들의 주요 산책로도 있다. 화재 당시에도 인근을 산책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동일인에 의한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재 현장이 서로 수백미터 떨어져 있어 불티가 날려 번진 것으로 보기 힘든 만큼 누군가 인적이 드문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루 최대 4차례의 화재가 발생한 시간을 보면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경위를 수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단서는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화재 현장에는 결정적으로 CCTV가 없어 방화 여부 및 용의자 특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탐문 등 다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라며 "주민들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화재 원인과 경위를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화재가 반복되고 있지만,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금강변에서 자주 산책한다는 한 시민은 "요즘 날씨가 풀려 산책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는데 불이 자꾸 나니 지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시민은 "며칠 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내장사 대웅전을 화난다고 불지른 사건과 오버랩 된다"고 했다.

또다른 시민은 "이러다 잘못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다"며 "누군가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방화 같은데 현상금을 걸어서라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또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통 CCTV에 기대를 거는데 이번 사건에선 결정정 역할을 할 CCTV가 현장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CCTV를 보강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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