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3월 7일 미국 앨라배마주(州)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흑인들의 투표를 가로막는 남부 주에 항의하기 위해 앨라배마 주도(州都)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려던 600여명의 흑인 시위대가 이곳에서 백인 경찰에 가로 막혔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미국에서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이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여론이 움직였고, 흑인들의 투표를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투표권법’이 그 해 8월 의회를 통과했다.
7일(현지시간) 셀마에서는 56년 전 행진을 기리는 조찬 행사가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사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투표권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민주당은 흑인들의 투표를 용이하게 하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 공화당과의 일전도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전 녹화된 연설에서 “‘셀마 행진’의 유산은 어떤 것도 시민으로서 가장 신성한 권한을 행사하려는 자유로운 인간을 막을 수 없고, 그 권한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권법은 투표 장벽을 해체했고, 우리의 선거를 조금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대표성을 갖게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2013년 연방대법원에 의해 후퇴한 투표권법 원상 복귀 필요성도 외쳤다. 그는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투표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모든 층위의 공화당원들은 투표권법을 조금씩 깎아 내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모든 유권자는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흑인 투표권 확대로 이어질 행정명령도 공개했다. △연방기관의 유권자 등록 확대, 선거 정보 배포 계획 200일 이내 제출 △연방기관의 전국투표등록법 관련 각 주 지원 △정부의 투표 관련 인터넷사이트 개선 및 현대화 △연방기관 근무자의 투표 접근권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 하원에서 투표권 확대법을 220 대 210으로 통과시켰다. 유권자 등록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권자가 되도록 하고, 투표자 신분 확인을 간소화하는 개선안이 골자다. 민주당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흑인 유권자에게 유리한 방안이어서 공화당의 반대가 극심하다. 때문에 상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바이든 대통령이 앞장 서 여론전을 펴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