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광명에서도 '지분 쪼개기' 토지 매수 확인

입력
2021.03.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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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매수해 지분 쪼갠 뒤 개별 등기
"지번까지 나누는 건 꾼들의 수법"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장 등 직원 2명이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발표 전 경기 광명시의 토지를 매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명은 인근 시흥시에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처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 둘 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직원들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들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LH 부장 박모(55)씨는 2018년 2월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노온사동의 농지 992㎡를 매수했다. 토지 등기부등본상 매수가격은 3억1,500만원이었다. 박 부장은 이 토지를 박모(53)씨와 절반씩 소유했는데 두 사람의 거주지가 같아 가족 관계로 추정된다.

또 다른 LH 직원 A(53)씨의 토지 매수도 확인됐다. A씨는 2019년 3월 노온사동의 임야 4,298㎡를 6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A씨도 등기상 거주지가 같은 사람과 땅을 절반씩 나눠서 매수한 것으로 미뤄 부부 사이로 추정된다. 이 땅도 박 부장의 밭과 마찬가지로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됐다.

빽빽한 묘목 없지만..."보상금 높이려는 수법일 수도"


이들의 토지를 확인한 결과 박 부장의 땅은 지난해까지 벼가 재배됐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해당 토지가 팔린 것으로 알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사람이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언덕에 있는 A씨 땅 또한 최근까지 밭농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시흥시의 땅을 산 LH 직원들의 투기 의심 수법인 빽빽한 묘목은 없었다.

논밭을 사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허위신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인부를 동원해 농작물을 키웠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1,000㎡ 미만 농지는 주말·체험 영농 목적이라면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취득이 가능하다. 박 부장이 매수한 토지는 992㎡라 여기에 해당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높은 토지보상금을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임야에 밭을 일군 다음, 해당 토지가 실제로는 밭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야일 때보다 보상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땅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토지보상금이 올라갈 수 있다"며 "나무를 심고 건물을 올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필지 하나가 3개 지번으로... 수상한 지분 쪼개기

박 부장이 매수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토지지분을 분할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당초 4,396㎡였던 토지는 지분 쪼개기 뒤 3개 지번으로 나뉘었고, 이 중에 박 부장은 2번지를 가져갔다. 땅 매도인의 아들은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팔아 매수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며 "땅이 팔린 뒤에 지번이 분할됐다"고 말했다.

나머지 2개 지번의 땅은 총 5명의 소유가 됐다. 이들은 박 부장과 같은 날 땅을 샀다. 특히 면적 2,644㎡인 3번지의 경우 B(57)씨를 포함해 4명이 지분을 공유했는데 이들은 부부 및 친·인척 관계로 파악됐다. 나머지 760㎡는 김모(69)씨가 1억2,000만원에 사면서 1번지로 분할됐다. 박 부장과 이들 5명 간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투기 정황으로 해석한다. 광명·시흥지구 개발 정보를 알고서 토지 보상 등을 목적으로 매수자를 끌어모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지 거래 경험이 많은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번 분할은 일명 '꾼'들의 수법이며 같은 날 산 것이라면 매수자끼리 사전에 공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는 절대로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 의견도 동일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통 땅을 단체로 사면 공동명의 방식을 취하는데, 지분 쪼개기는 투기 정황으로 볼 수 있다"며 "대토 보상을 노린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부장과 A씨는 광명시 토지 매수 사실이 드러나 LH에서 대기발령 상태다. 지분 쪼개기가 된 땅 매수자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3번지를 소유한 B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손위 사촌이 과거 광명시에 살았고 지금은 서울에 거주한다"며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생겨 함께 지분을 나눠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번지와 2번지 매수인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계속 나오는 LH 투기 의혹


한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의 취재 외에도 2018년 1월 매매된 노온사동 임야 3,174㎡를 LH 직원이 매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토지 매수자는 6명이었으며, 거래 가격은 총 3억원이었다. 다만 해당 토지를 실제로 LH 직원이 사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민변과 함께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참여연대도 9일 2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2일 1차 기자회견 이후 참여연대는 신도시 투기에 대한 제보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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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