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시진핑 없는 중국'을 원하지만

입력
202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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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기간.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양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 여부를 탐색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총서기 3연임 여부를 공식화한다.

미국이 시진핑의 연임 추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난 1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내놓은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이란 제목의 미국의 대 중국 보고서와 연관이 있다. 보고서는 미중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몽(中國夢)' 지도자 시진핑으로 수렴시키고, 시진핑을 교체하는 것이 미중 갈등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야 한다고 방법론도 내놓는다.

보고서는 시진핑 이전의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참여'하려 했지만, 시진핑은 그 세계질서를 '재편'하려 한다며, 현 상황은 미국이 직면한 전략 환경의 근본적 변화라고 적시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시진핑 이전의 중국'으로 되돌아가게끔 해야 한다고 한다. 시진핑 '교체(replace)'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8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전체의 문맥을 보면 시진핑 '도려내기(gouge)'에 더 가깝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내부적으로 시진핑 리더십에 대해 찬반으로 '상당한 분열(significantly divided)'이 있다고 진단하고 시진핑의 정책 노선과 절대복종(absolute loyalty) 요구가 반발을 일으키고 있음을 예시로 든다. 공산당 내부의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궁극적으로는 공산당이 시진핑을 교체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대한 공산당 내부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설은 무수하다. 구체성을 띠기도 한다. 작년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는 공산당 원로가 시진핑에게 미중 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산당 간부를 육성하는 중앙당교의 차이샤(蔡霞·69) 전 교수는 시진핑을 '마피아 보스(黑帮老大)'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분석할 때, 지도자에 대한 불만은 항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혁명의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정밀히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지난 1년여의 코로나19 상황을 겪은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권력 공고화 문제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시진핑의 리더십 덕분으로 선전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요한 정치적 입지 강화 요인이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엔 미국도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세계 1등 국가인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을 넘기고 사상 초유의 미국 의회 점거 폭동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관방언론은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연일 집중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심지어 미중 체제 경쟁에서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겼다는 자신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 미중 갈등을 통한 중국 내 반미감정 상향 조정도 시진핑이란 강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정당화한다.

뿐만 아니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 중국에선 빈곤 퇴치가 중요한 화두인데 중국 정부는 관련 성과를 모두 시진핑 리더십의 공로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 권력 지형 변동은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시진핑 3연임을 막을 수 있는 치명적 결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