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더스처럼…'주류 교체' 선언한 97세대 박용진·박주민의 도전

입력
2021.03.07 20:30
내년 대선 앞둔 '97세대 정치인'의 당찬 도전
개혁 기치로 당내 주류·기득권 넘어설지 주목

내년 대통령선거에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정치인이 도전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50)·박주민(49)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조직력과 인지도는 미흡하지만 정치 개혁의 여망을 이루겠다는 패기가 무기다. 미국 대선에 파란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처럼 주류 교체의 기수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박용진 의원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장 격렬하게 뜯어고쳐야 할 분야가 정치"라며 "젊음과 개혁 정신으로 무장한 박용진이 열정적인 도전자, 거침없는 개척자의 자세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도 3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을 굳이 주저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주류인 친문재인계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차별화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태도다. 박용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내로남불 태도를 바꿔야 한다"(지난달 24일 출판기념회)고 쓴소리를 하는가 하면, 여권에 비판적인 우석훈 성결대 교수를 자신의 싱크탱크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당 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박주민 의원은 최근 독자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간사인 그는 지난달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말이 나오자, 검찰개혁의 주도권은 청와대가 아닌 당에 있다고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의 행보는 미 대선에서의 샌더스 상원의원에 빗댈 수 있다. 그는 미 대선에 ‘단기필마’로 도전해 고배를 마셨지만, 부자 증세 등의 급진적 담론으로 중도화된 민주당에서 '진보 확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7세대의 도전이 민주당 기득권 질서를 깨뜨릴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박용진 의원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류, 기득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할 말 하고 할 일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4월 대선 도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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