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새 기온 차 20도..."온난화의 진짜 얼굴은 기후 변동성"

입력
2021.03.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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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기온 변동 폭 역대 최대 
종잡을 수 없는 기온...원인은 북극 온난화 
탄소 저감 안 되면 2030년엔 '기후이탈' 경고

올 겨울, 특히 지난 1월은 2주 사이 기온 차가 20도 가까이 기록되는 등 역대 가장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을 폭염도 한파도 집중호우도 아닌 '기후 변동성'이라고 지목한다.

기상청은 7일 '2020년 겨울철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은 찬 대륙고기압과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번갈아 받아 기온 변동 폭(표준편차 4.9)이 1976년(표준편차 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특히 1월만 놓고 보면 기온 변동 폭이 역대 가장 컸다. 1월 7~10일은 일 최저기온이 역대 가장 낮았고 21~25일은 일 최고기온이 가장 높아, 같은 달 안에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서울의 대표 기상 관측 지점인 종로구 송월동을 예로 들면 1월 7일 오전 7시 이곳은 영하 16.1도까지 떨어졌지만, 1월 21일 오전 7시에는 영상 3.2도까지 올랐다. 2주 만에 20도 가깝게 기온 차가 벌어진 셈이다.

극값을 오갔던 1월과 달리 2월은 고온 현상을 보인 날이 많았다.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며 강한 햇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2월 21일에는 대구의 낮 기온이 24.4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월 최고기온 극값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올 2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2.5도 높은 3.6도로,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기온 변화는 북극의 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월 초순까지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우랄산맥 부근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정체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남하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구불구불 사행하면서 북극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더 많아졌고, 이에 따라 기습 한파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극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온이 관측됐다. 미국은 이번 겨울 본토의 70% 이상이 눈으로 덮였다. 뉴저지주에는 4일 동안 90㎝의 폭설이 쏟아졌고, 텍사스주까지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로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만에서는 북극발 한파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에서는 빙하가 붕괴되면서 댐이 무너져 200명이 숨졌다.

민간 기상기업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세계 기온 상승의 완충 역할을 하는 북극의 온난화가 빨라지면서 평균 기온이 올라가되,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기온 진폭이 커질 것"이라며 "기후학자들은 탄소 저감을 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기후 예측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기후이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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