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적극적이다. 이라크 주요 종파인 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직자를 만난 뒤 곧바로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고향을 찾아 폭력 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가 제시한 화두는 종교 간의 평화 공존과 화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현지시간) 아브라함의 고향인 이라크 우르 평원의 고대 유적지에서 기독교ㆍ이슬람ㆍ야지디교 지도자와 만나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은 가장 큰 신성모독”이라고 역설했다.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행위를 겨냥해 “적대와 극단주의, 폭력은 신앙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신앙인은 테러가 종교를 오용하는 것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와 중동 지역의 평화와 화합이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라는 바다. 교황은 “세계가 갈등에서 단결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중동 전체, 특히 인근 시리아를 위해 기도하자”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르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를 방문해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와 대담한 것이다. 가톨릭 교황이 이슬람 시아파 고위 지도자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알시스타니 최고성직자의 역사적 만남을 앞두고 양측이 수개월 전부터 세부 사안까지 공들여 계획해 왔다고 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동 내용은 양측 성명을 통해 공개됐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상호 존중과 대화를 함양함으로써 이라크와 지역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황이) 종교 공동체 간 협력과 우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성직자실도 “가톨릭 시민들이 모든 이라크인들처럼 헌법적 권리를 완전히 누리며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고 (알시스타니 최고 성직자가) 확인했다”며 “종교와 영적 리더십이 비극을 멈춰야 하고, 특히 강대국들에 지혜와 이치를 널리 알려 전쟁의 언어를 지우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반색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교황 성하의 역사적인 이라크 방문을 보게 돼 기쁘다”며 “(교황의) 방문이 희망을 불어넣고 이라크와 전 세계 다른 종교 구성원들 간의 종교적 화합과 이해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