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8위와 9위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던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시즌 초반부터 ‘캡틴’들의 활약 속에 뜨거운 공격력을 보이며 명가 재건을 예고했다. 수원 주장 김민우(32)는 원더골로 팀의 개막 2연승을 이끌었고, 개막 전부터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 주장 기성용(32)은 ‘택배 크로스’로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원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성남과의 홈경기 2라운드에서 김민우의 결승 골로 1-0승리를 거뒀다. 수원이 개막 2연승을 기록한 것은 2013시즌 이후 8년 만이다. 초반 강한 중원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했던 성남FC는 전반 38분 박정수(27)의 퇴장 이후 급격히 기울어진 분위기와 수적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양팀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중원싸움을 이어갔다. 성남은 거친 압박수비로 수원의 공격을 중원부터 저지했고, 수원은 단단한 조직력으로 성남의 장신 공격수 페이살 뮬리치(27)로 이어지는 공을 원천 봉쇄했다. 팽팽하던 분위기는 박정수 퇴장으로 수원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전반 20분 이미 경고를 한 차례 받았던 박정수는 하프라인 근처 적 진영에서 김건희(26)에게 깊은 태클을 가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수원의 골은 그 직후 나왔다. 전반 40분 김태환이 성남 진영 골 라인까지 침투한 뒤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김민우가 아크로바틱한 왼발 발리 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성남은 후반 23분 뮬리치와 박용지(29)를 빼고 홍시후(20)와 이재원(24)을 넣으며 공격 라인을 재정비했지만, 동점을 만들어 내진 못했다.
김민우는 수원의 우승 목표를 당당히 전했다. 그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태환이가 오른쪽으로 드리블하는 것을 보고 공이 뒤쪽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마침 그렇게 왔다. 공이 발등에 잘 맞아서 좋은 슈팅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반드시 지고 싶지 않은 팀을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든 팀에게 지고 싶지 않다. 그래야 우리가 목표한 바(우승)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팀보다, 강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건하 감독은 “오랜만에 개막 2연승을 했다. 저에게도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큰 힘이 되는 일이다. 남은 많은 경기들도 매 경기 승리한다는 각오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은 9일 승격 팀 수원FC와의 ‘수원 더비’를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은 “수원FC는 승격 이후 전력보강도 많이 했고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수원더비 첫 경기인 만큼 저희 선수들은 물론 상대 선수들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기성용의 발이 빛났다.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해 온 그는 전북과의 개막전에 이어 이날 수원FC와의 홈 경기에도 선발 출전해 맹활약 했다. 특히 그는 1-0으로 앞선 후반 6분 전방의 나상호를 향한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해 줘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뒤 후반 28분 교체 아웃 됐다. 경기장을 찾은 4,100명의 관중은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전했다. 서울은 나상호의 2골 활약까지 합해 수원FC에 3-0 승리를 거뒀다.
한편 전날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도 곳곳에서 명승부가 펼쳐졌다. 지난 시즌 개막 16경기 만에야 첫 승을 거둿던 '생존왕' 인천은 대구를 2-1로 꺾고,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준우승팀 울산과 3위 포항도 2연승을 달렸다. K리그2(2부리그)에선 1라운드에서 부산을 3-0으로 꺾은 서울이랜드가 우승 후보로 평가되던 김천 상무까지 4-0으로 완파하며 시즌 초반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