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찰 간부 3인방'은 인사조차 건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 과정에서 윤 전 총장 공격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던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검찰 조직의 수장과 선을 그은 모습을 보였다. 검찰 내부에선 어수선한 조직 내 분열상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란 평가가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오후 5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를 떠나기 전 1층 로비에서 열린 단촐한 환송식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앞서 환담을 나눴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 이주형 의정부지검장 등이 ‘검사 윤석열’의 마지막 퇴근길을 지켜봤다. 윤 전 총장은 그들과 눈인사를 나눈 후 지난해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검에 배치된 고경순 공판송무부장과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과 악수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다른 대검 참모인 이종근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은 전면에 보이지 않았다. 이정현 부장과 이종근 부장은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윤 총장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기만 했고, 한동수 부장도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을 뿐 앞으로 나와서 인사하진 않았다.
총장의 직속 참모인 세 사람이 윤 전 총장이 떠나는 순간을 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윤 전 총장 감찰 및 징계 청구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등 ‘반(反)윤’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오후 2시 사의 표명 기자회견 후 대검 관계자들과 두루 인사를 나눴지만 이들은 총장실을 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인 한동수 부장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청구 과정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법무부에 전달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배당을 두고도 윤 전 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 1차장검사로 근무할 당시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이정현 부장은 이 사건 수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근 부장은 윤 전 총장 감찰을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남편으로,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인사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사장 인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교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대검에 근무하면서 윤 전 총장에게 대면보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함께 근무했던 상사가 떠나는데 인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처음 본다”며 “현 정부의 편가르기 인사로 쪼개진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