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 양주시에 있는 동물구조관리협회를 찾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방문 전날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 네 마리의 열흘을 따라가 보기로 했는데요(▶관련기사보기: 유기동물구조기). 네 마리 가운데 한 마리인 몰티즈를 만나러 갔다가 몰티즈와 보호시설에 있던 강아지들이 눈에 들어와버렸습니다. 작은 철창 안 강아지들은 '나 좀 봐달라'는 듯 꼬리를 흔들며 짖었고, 보호소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곰인형을 닮은 강아지가 눈에 밟혔습니다. 철창 앞 작은 노란색 플라스틱 표지판 증상란에 '아가'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문법에 맞지 않는 그 표현마저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덩치이지만 사람이 다가가자 다른 강아지들처럼 짖는 대신 조용히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모습이 의젓해 보이기도 했고요. 철창 밖으로 삐져 나온 작은 손을 만져본 것을 뒤로 하고 나왔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들어가 보니 경기 김포시 논 옆에서 발견됐고, 구조 당시 입고 있던 털 옷은 구조자가 입혀준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이 쓰였지만 준비도 없이 강아지를 무작정 데리고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데리고 나오는 게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개월가량으로 추정된 강아지의 구조 당시 몸무게는 2.2㎏. 대형견으로 클 가능성이 높았고, 믹스견이기 때문에 입양처를 찾기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몰티즈의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고심 끝에 팅커벨프로젝트에 몰티즈 대신 강아지를 구조해줄 수 없는지 부탁했습니다. (몰티즈는 입양 희망자의 변심으로 입양 가지 못했고, 팅커벨프로젝트가 결국 구조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기꺼이 강아지를 구조해주었고, 회원들은 모찌(5개월 추정∙암컷)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사회화가 가장 필요한 시기, 당시 팅커벨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던 3개월 임시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모찌는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면서 사람과 같이 사는 법, 산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찌 임시보호자는 "아침에 모찌가 가족들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는데 낑낑거리거나 보채지도 않고 가족이 일어날 때까지 바라보고 기다려줄 정도로 착하다"고 말합니다. 임시보호 기간 동안 아쉽게 입양가족을 찾지 못해 지금은 서울 강서구 곰달래로에 있는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카페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사람하고 같이 있는 동안 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벌러덩 누울 정도로 사람 바라기였습니다. 아직 강아지인 만큼 호기심도 많고, 이름을 부르면 바로 쳐다보는 모습도 귀여웠습니다. 다른 언니, 오빠 개들과도 잘 지내고요.
구조에 나선 팅커벨프로젝트와 임시보호에 나서준 가족이 없었다면 모찌는 보호소에서 나올 수도, 이렇게 사람에게 친숙한 반려견으로 자랄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도 몸집이 큰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목줄에 묶인 채 마당개로 살거나 공장이나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개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일반 반려견과 다른 점은 없습니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모찌와 평생 함께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입양문의: 팅커벨프로젝트 hdyc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