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이후 육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을 트랜스젠더 공동체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사적 영역은 물론, 공적인 영역에서조차 계속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가 결과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데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의 류세아 부대표는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올 한해 벌써 3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분들께서 돌아가셨다"며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고, 모두 다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3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변 전 하사와 트랜스젠더 연극 작가였던 이은용 작가, 중학교 음악교사 출신으로 녹색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도 출마한 김기홍 활동가를 말한다. 이들은 모두 지난 한 달 새 세상을 떠났다.
류 부대표는 변 전 하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의 전역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들은 차별이 아니라 병역 판정에 나와 있는 대로 심신장애로 전역 결정을 내렸다고 했는데, 도대체 (성전환 수술의) 무엇이 심신장애인가"라며 "근무 동료들도 임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도 강제 전역 판결을 내린 것은 단 하나 성전환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는데,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전투력과 무슨 상관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군대가 국민을 성소수자 혐오로 살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대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지적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의 수준은 갈수록 깊어지고 미디어의 소비 방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동시에 혐오의 강도 자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존재하는 차별 금지 조항을 세부적으로 나타내는 법령이자, 차별하지 말자는 선언적 법인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이 방송에 출연해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라고 외쳤는데, 똑같은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며 "과연 국가는 성소수자를 같은 국민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비국민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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