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반려인 구해낸 은혜 갚은 '능력자 반려묘'

입력
2021.03.06 10:00

여러분 곁에 있는 반려견, 반려묘는 전부 다 '능력자'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애교로 가족들의 마음을 빼앗는 능력, 불쌍한 척 표정 지어 맛있는 음식을 기어이 한 입 얻어먹는 능력 등등. 아주 수준급의 능력자들이죠. 여러분의 반려동물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ㅎㅎ

오늘 소개할 고양이 '릴리'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가족들의 목숨을 살려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능력을 이용했는지 알아볼까요?!

지난주 미국 오리건주에 살고 있는 샌디 마틴씨는 반려묘 릴린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함께 거실에서 놀던 릴리가 자꾸 벽난로 근처의 밸브에 다가가 냄새를 맡았던 것이죠.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이 행동이 지속되자 마틴 씨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릴린이 자꾸 냄새를 맡았던 곳에 코를 가져다 댔는데요. 희미하게 가스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긴가민가하던 마틴씨는 남편에게도 냄새를 맡아보라고 요청했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남편은 마틴 씨에게 집 안에 모든 창문을 열어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가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죠.

약 20여 분이 흐르고, 가스회사 직원이 도착해 검사를 시작했는데요. 검사를 마친 직원은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가스 회사 직원은 집안의 모든 가전 기기의 전원을 차단했고, 가동 중이던 난로를 끄고 밖으로 나가 가스관 파이프를 차단했습니다. 조치를 마친 직원은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로 큰 사고가 날 뻔했다'라며 고양이가 가족의 목숨을 살렸다고 이야기했죠.

뛰어난 후각으로 희미하게 새고 있던 가스 냄새를 맡은 릴리. 마틴씨는 자신이 릴리를 구해냈다고 생각했지만, 릴리가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줬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마틴씨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우울감과 외로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호소에서 백혈병과 다지증으로 인해 입양을 가지 못하는 릴리를 보게 되었고 가족으로 맞이했는데요. 릴리를 입양한 후 그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극복하며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죠. 그러던 중 릴리가 가스 누출을 미리 알리고, 더 큰 사고까지 막아낸 것입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서로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어준 마틴과 릴리. 가스 폭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서로가 내민 따뜻한 온정이 만들어낸 기적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백혈병을 앓고 있는 릴리지만, 남은 묘생을 마틴과 함께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동그람이 에디터 dack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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