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이 테러지원금일 거라는 편견

입력
2021.03.03 19:00
25면

편집자주

'이슬람교' 하면 테러나 폭력, 차별을 떠올리지만 실은 평화와 공존의 종교입니다.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이 이슬람 경전과 문화를 친절하게 안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드립니다.



2013년 런던에서 개최된 제9차 세계 이슬람 경제 포럼(World Islamic Economic Forum)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연설에서 런던이 두바이, 쿠알라룸푸르와 같은 세계 최고의 이슬람 금융 수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러한 국제 정세에 힘입어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내에서도 이슬람 금융 도입 입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이슬람 금융 도입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슬람금융을 도입하는 것은 태러를 지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몇몇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었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교리 규범에 따른 금융 체계로 이슬람법 샤리아(Sharia)에 적합한 금융 형태를 의미한다. 샤리아는 무슬림들의 삶의 원칙인 할랄(허용)과 하람(금기)에 기초하여 규정한 규범과 이슬람 관행을 말한다. 그래서 샤리아의 기본은 신앙 규범인 알-이바다트(Al-Ibãdat)와 사회규범인 알-무아말라트(Al-Muãmalat)로 나누어지며 이러한 규범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관행인 순나에 근간을 두고 규정된다. 이슬람 금융은 사회규범 중 무슬림들의 경제활동에 관한 규정으로 이에 대한 샤리아 법은 다음의 원칙들에 기초하여 운용하도록 가르친다.

-이자(Riba) 금지: 실물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금전 대출에 따른 이자를 수수하는 것을 불로소득 또는 부당이득으로 간주하여 금했으며 이자 금지는 자본주의 금융체계와 이슬람 금융의 가장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 불확실성(Gharar)의 금지: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유무형 자산에 대한 거래 금지를 말하며 확신할 수 없는 일을 예상하여 계약하는 것을 금한다.

- 수익과 손실에 대한 공동 부담을 투자의 기본으로 규정하고 사전에 확정된 수익 보장을 금한다.

- 도박과 투기의 금지: 도박과 투기가 금기임을 꾸란(05:90~91)에 정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꾸란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도박이나 투기적인 요소가 인정되는 것은 금한다.

- 금기 물품이나 이와 연관된 거래 금지: 술과 돼지고기 그리고 마약류와 같은 금기 물품들을 자신이 먹고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금기 물품들을 판매하거나 보관, 운반하는 행위 등 금기 품목들과 관련한 모든 상행위가 다 금기로 규정된다.

위 규정들을 살펴보면 종교(이슬람)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새로운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기본 원칙에서는 불로소득이나 투기 행위가 성립될 수 없으며 이자와 투기 등 사회악을 초래하는 자본주의 경제관에서 벗어난 규정들이 사회 불평등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은 총리의 야심 찬 발표 이후 이슬람 금융을 도입하여 이슬람권을 제외한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의 이슬람 채권(Sukuk)을 발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이슬람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여개의 금융기관에서 이슬람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이러한 행보는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묶여 있는 이슬람 부국들의 자본을 유치하고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일찍이 중동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석유 수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건설 인력은 중동 붐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에 부정할 수 없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비록 이슬람 금융이 한국에서는 이자와 관련한 과세 문제, 이슬람에 대한 편견 등으로 도입이 좌절되었지만 글로벌 시장개척과 투자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이슬람금융은 다시 한번 제고되어야 하고 또한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