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의 유·무죄를 따지기 위해선 양심의 내용과 형성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입영 통지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정당한 사유로 병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200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국방·병역의 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어서 국민의 종교·양심의 자유가 이 같은 헌법적 의무에 의한 법익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A씨는 항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내놨다. 대체복무를 도입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건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입영 기피자를 처벌하는 것은 병역자원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며 A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1심의 '징역 1년 6월' 선고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A씨의 병역 거부 사유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선 피고인이 양심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양심의 형성 동기와 경위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추가 심리한 뒤, 피고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하는 것인지 판단해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병역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된 부분은 상고 이유에 포함되지 않아, 대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