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사자 관상? 박영선이 "싫지 않다"고 한 이유는

입력
2021.03.03 08:30
5면
[서울시장 빅3 한국일보 인터뷰 ①] 
박영선 민주당 후보 '말랑까칠 토크'


"'서울시장'으로 4행시 시작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불어민주당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인 박영선(61)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4행시' 만들기를 요청 받고 당황해했다. 메모지에 뭔가를 쓰면서 1분 넘게 고심한 끝에 내놓은 답변은 “()울시 대전환합니다 박영선, ()림 있는 슬로건입니다. ()대를 관통하는 단어입니다. ()미꽃 필 무렵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박 후보는 4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저격수'로 불렸지만, 인터뷰에선 달랐다. 내내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박 후보의 일생을 다룬 책 '박영선에 대하여'의 홍보 문구도 "봄날 같은 사람"이다).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는 질문엔 “저는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사람인데, 차갑게 느낀다고 하면 제가 더 따뜻하게 노력해야겠다. 일에 몰입하다 보니 옆 사람들한테 내가 신경을 못 썼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앵커 출신답게, 난도 높은 질문은 능숙하게 받아넘겼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을 했음에도 왜 우 의원을 비판하지 않았을까. "경선 기간에 우 후보를 비롯해 여야 어느 후보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

박 후보는 '계파 없는 정치인'이다. 문심(文心·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박 후보에게 있는 것인지를 놓고 그간 설왕설래가 있었다. 그는 ‘친문재인'과 '비문재인' 중 어디에 가까울까. 박 후보는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 중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유일한 사람이다. 그럼 저는 뭘까요?"

박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박영선에 대하여'엔 유명 역술인이 박 후보를 '수사자 관상'이라고 평한 대목이 나온다. 날카롭고 저돌적인 인상이라는 뜻일 터. 박 후보는 "수사자라는 말이 나쁘지 않다"며 "그 역술인이 다른 사람에게도 수사자라고 평가한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다).

이날 박 후보의 코트도 운동화도 아이섀도도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다. 그는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당내 경선을 뛰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선거 유세 현장에서 신은 그 운동화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파랑 운동화'의 박 후보는 어떨까.


박준석 기자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