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 전인 2018~2020년 광명·시흥 지구에서 100억 원대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LH 임직원이 땅을 샀다고 모두 투기로 몰 순 없다. 해당 지역은 일찌감치 신도시 후보로 거론되던 곳으로 의혹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먼저다. 그러나 신도시 지정 및 보상 업무와 관련된 LH 임직원이 시세 차익과 고가 보상을 노리고 미리 토지를 샀다면 이는 감사가 아니라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다.
3기 신도시는 온 국민이 집 때문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며 정부가 LH, 지자체 등과 협의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다. 신도시는 기밀 유지가 생명으로 사전 유출될 경우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투기를 막아야 할 LH 임직원이 누구보다 먼저 투기를 했다면 공사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국민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다.
이들이 매수한 땅이 논밭이란 점도 석연찮다. 헌법은 경자유전을 천명하고 있고, 관련 법도 농지 거래에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다. 공사에 출퇴근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제보를 받은 뒤 하루 동안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의 토지대장을 확인한 게 이 정도라면 신도시 전체로 조사를 확대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울 정도다. 정부는 LH 임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밝혔지만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결백도 장담할 수 없다. 대상을 확대해 의혹을 씻는 게 순리다.
택지개발 관련 공기업과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는 처음도 아니다. 2018년 고양 원흥지구, 이듬해에는 고양 창릉지구 개발 도면이 유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면 LH가 주도하게 될 공공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LH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부터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