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검찰개혁이지 해체가 아니다

입력
2021.03.03 00:00
27면

최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8일 국회에 제출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떼어 내 별도 기구인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검찰청법폐지법안 및 공소청법안의 의결을 전제로 하고 있어 통과될 경우 검찰청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해체되는 셈이 된다. 이 법안은 또 ‘검찰에 막강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각종 권한남용과 부패비리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갖는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수사구조를 재설계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리하에 수사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검찰이 그간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었기에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수처의 출범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은 이번 중수청 신설법안은 ‘검찰개혁’을 넘어서서 ‘검찰해체’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과연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국민들이 검찰에 갖는 신뢰를 높일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수청의 신설은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미 검·경수사권조정을 통해 일반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기소 분리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번 중수청법안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관하여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기능과 기소권을 분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중대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응징을 어렵게 할 것이다.

필자는 수년간 대검찰청 사건평정위원회에서 중요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공소유지 전 과정에 걸쳐 검사의 과오를 판단하는 평정작업에 참여해 왔는데 여기서 검토한 사건들은 대부분 부패범죄나 선거범죄, 방산범죄 등 6대 범죄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평정대상 사건들 중 무리한 수사나 기소가 이루어진 경우도 일부 있었지만 증거 확보가 부실했거나 공소유지과정에서 역부족이어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도 많았다. 물론 검찰의 힘이 막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재판까지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중요범죄의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에서는 검찰보다 대형 로펌이 인적·물적으로 우위에 서므로 물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뇌물범죄나 선거범죄, 복잡한 경제 분석과 치밀한 논리대결이 요구되는 경제범죄 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검찰이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중대범죄의 응징은 치밀하고 일관된 수사와 기소 그리고 공소유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과연 수사청과 기소청을 분리했을 때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여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소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는 예컨대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검사장이 자신의 명의로 기소하도록 하여 책임을 지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으로도 일부분 가능하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해체가 아니라 공정하면서도 효과적인 검찰로의 개혁이다. 집권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심화시키는 국민과 동떨어진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