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양자 정상회담 상대 국가는 멕시코였다. 북쪽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 이어 국경장벽, 중남미 이민자 같은 이슈가 많은 남쪽 이웃 멕시코를 선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도움 요청에 바이든 대통령 측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짓시간) 백악관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오늘 오후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대단한 회담을 열었다. 이주(migration)부터 기후변화까지 우리가 직면하는 도전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일하기로 약속했다.”
두 나라가 회담 후 공개한 공동성명에서도 △이주 △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기후변화 등 크게 세 가지 분야 협력 합의가 강조됐다.
다만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 고민과 코로나19 대응 이기주의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이주가 경제력, 문화적 다양성, 혁신정신에 공헌했다고 두 정상은 인정했다”며 이민정책은 이주민의 존엄성과 질서, 안전,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강제로 분리한 조치를 되돌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민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제는 단시일 내 이민정책이 정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매년 중남미 국가에서 70만명 안팎이 미국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멕시코ㆍ미국 국경과 멕시코 남부에서 가로막혀 불법 이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오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하고 규칙적인 절차를 확립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오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정책 정비와 법제화 전에는 중남미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협력 약속도 뒷말을 불러왔다.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한 멕시코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 직후 “멕시코에 백신을 보낼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그 문제 얘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는 백신 지원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회담 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질문에 “(미국) 정부는 모든 미국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그 목표를 달성한 후에 추후 단계를 기꺼이 논의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 멕시코 입장에선 냉정한 현실이 섭섭할 법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