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7년 8개월 만의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지난달 삶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출간했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중과 가감 없이 소통해 온 박 회장답게, 책에서도 자기 삶을 공유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가 던진 화두 역시 소통이다. 박 회장은 "과거에 비해서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꽤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정치, 사회 어디를 봐도 지금 소통이 막혀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이미 11년 전 다큐멘터리로 일상을 공개했고, SNS 활동도 활발히 하는 등 평소 대중과의 대화가 잦은 인물. 에세이에도 젊은 시절의 회고부터 사소한 일상적 삶의 모습까지 담아냈다.
박 회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는 평가에 손사래를 치며 "SNS는 제 삶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창은 아니고, 제가 선택해서 누군가와 주고받는 일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소통은 이 시대의 큰 화두"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다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일부 기업인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말 없는 상처가 멋있어 보이고 속 깊어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통은 시대의 흐름이지만, 동시에 계속 이어가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 기업 내에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극단적인 대립의 모습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며 "서로가 못마땅해서는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제는 못마땅한 대립을 좀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서로 토론하고 소통하고 하는 것이 그게 미래를 향해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내 자신의 꿈보다는 젊은이들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창업하는 청년에게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풀어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로, 기본적으로 청년들의 신생 기업 지원이 목적이다.
박 회장은 "1위에서부터 20위까지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의 리스트를 놓고 보면 선대 말고 청년 시기에 창업을 해서 당대에 그 (20위) 안에까지 들어온 성공한 기업가가 별로 없다"면서 "미국의 경우는 상위 랭킹에 있는 회사들이 다 제가 어렸을 때는 듣도 보도 못한 회사인데, 우리나라도 그런 변화를 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요즘 내 나이 또래 분들은 젊은 사람들이 유약하다고 얘기하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나름대로의 틀과 방향으로 뛸 수 있게 갖춰주면 훨씬 우리보다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편으로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한 달에 여섯번 이상은 젊은이들과 함께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에세이 수익금 전액을) 반찬값을 충당하는 데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