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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동공이 풀리고 경련하는 10대 소녀!!!'
가입자가 200명이 넘는 네이버 밴드에 최근 이런 동영상 링크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정체불명의 백신을 맞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 공간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물들이 공유되고 있는데,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다.
2일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일제히 '백신 가짜뉴스'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과 관련된 각종 가짜뉴스가 온·오프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백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감기나 다름 없는 병인데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억압하기 위해 '정치방역'을 하며 위험천만한 백신을 강제 접종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 접종 거부를 홍보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25일 인천에서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배포하던 60대가 경찰에 입건되더니,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백신을 낙태아의 폐 조직으로 만든다'는 허위 게시물이 떠돌자 부산경찰청이 내사에 들어갔다. '백신에 칩이 섞여 있어 백신을 맞으면 위치 추적이 돼 통제를 당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푸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 같은 황당한 주장들도 온라인에 떠돈다. 모두 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어 뭐라 반박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황당한 주장들이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가 아무리 한심한 수준이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 백신에 대한 불신은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가 훨씬 심해 접종 초반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 국가들은 SNS 등을 통해 별 문제 없다는 얘기들이 전파되면서 백신에 대한 순응도가 크게 올라갔다"며 "우리도 방심하지 말고 백신 접종이 안전하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백신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며 불신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1호 접종자 문제를 놓고 '기미 상궁', '실험대상', '마루타' 등 거친 언사가 오가는가 하면, 미국 등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야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깎아내리고, 여당은 '안면마비'를 거론하며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원래 부작용이 있는 약이고, 그렇기에 지난해 독감 백신처럼 인과관계가 검증 안 된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두고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싸우기 시작하면 접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키울 뿐"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