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19년 만에 돌아온 K리그 피치에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홈 개막전을 맞은 울산 문수경기장엔 3,900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우산을 쓴 채 경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홍 감독도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까지 비를 맞으며 선수들에게 쉼 없이 지시를 내렸다. 90분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패딩이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홍 감독은 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시원한 골 잔치도 골 잔치였지만, 완벽한 데뷔전을 위해 비를 맞으며 지시를 내리는 홍 감독의 모습도 홈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을 성원해 주기 위해 모인 팬들도 비를 맞으며 관람을 하는데 저희도 비를 맞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막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장면 장면마다 코칭을 해주기 위해 서 있었다”고 했다.
선제골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낸 윤빛가람에 대해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골까지 넣어줘서 고맙다”고 칭찬했다. 시즌을 앞두고 이적설이 돌았던 윤빛가람은 선발 출전으로 잔류를 공식화했다. 홍 감독은 “일단 공식적으로 저희가 오피셜하게 이적 오퍼를 받은 것은 없다는 점을 구단에 확인했고, 그 다음에 윤빛가람과 시간을 갖고 대화했다. 저의 생각과 윤빛가람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이 좋은지 이야기했다”고 잔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만약 오퍼가 들어왔으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을 테지만 오퍼가 들어온 게 아니어서 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윤빛가람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승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영리하게 잘 플레이한 거 같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홍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충분히 복습해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