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이어 대게 특수도 놓칠라" 확진자 다녀간 구룡포 또 '비상'

입력
2021.03.01 16:00
확진된 성직자, 구룡포 교회서 34명과 모임 
두 달 전 50명 나와 바다 위 어선도 강제 귀항
생업 접고 극복했지만, 확진 소식에 또 걱정

두 달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홍역을 치른 경북 포항 구룡포읍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교회 성직자가 다른 성직자 34명과 모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겨울 과메기 특수를 날린 구룡포 주민들은 이번에 대게 특수까지 놓치지 않을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동해안 해맞이 명소인 호미곶면 교회의 한 성직자가 코로나19 검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성직자는 지난달 27일 확진된 포항 남구 효자교회 성직자와 지난달 18일쯤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확진 판정을 받은 호미곶면 교회 성직자를 역학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24일 구룡포읍 한 교회에서 구룡포읍과 동해·호미곶면 성직자 34명과 1시간30분간 모임을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34명을 찾아 검체 검사를 실시했다.

확진자와 모임을 가진 34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두 달 전 지역사회 감염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구룡포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인구 7,600여명의 작은 어촌마을인 구룡포 지역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 1월 15일까지 5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직자 35명이 모인 구룡포읍 교회는 두 달 전 지역사회 확산 때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곳이다.

구룡포지역 주민 이모(60)씨는 “코로나19로 난리를 겪은 지 이제 겨우 두 달 지났는데 모임을 했어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확진자도 나온 교회인데 성직자들이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특산물인 대게 잡이에 한창인 구룡포 어민들은 과메기 특수를 놓쳐버린 악몽을 떠올리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포항시는 지난해 12월 말 확진자가 속출하자 구룡포읍민은 물론 구룡포항에서 출항한 선박까지 강제 귀항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특별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확진자는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불안으로 겨울철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구룡포과메기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해마다 12월에서 이듬해 2월 집중 판매되는 구룡포 과메기는 올겨울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30% 감소했다. 이마저도 포항시가 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뒤늦게 특별판매를 펼치며 선방한 덕분이었다.

구룡포는 과메기 산지이면서 동해안 전체 대게 어획량의 60%를 차지하는 대게 집산지다. 특히 2~3월은 대게 살이 꽉 차 가장 맛있는 철로, 집중 판매되는 시기다.

구룡포읍 한 어민은 “감염을 막기 위해 과메기상설판매장부터 전통시장과 동네 미용실까지 문을 닫는 등 생업을 포기하고 애썼는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허탈한 심정”이라며 “과메기에 이어 대게 특수마저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구룡포읍 한 교회에서 성직자 35명이 참석한 모임을 놓고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정부의 방역지침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포항=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