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한국 카카오M이 유통하는 음원의 서비스를 1일 전면 중단했다. 국내 음원 서비스를 두고 대립각을 세운 양사의 갈등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음원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가수와 좋아하는 K팝을 갑자기 들을 수 없게 된 해외 청취자들은 양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카카오M은 아이유와 에픽하이, 지코를 비롯해 그룹 몬스타엑스 등 지난해 연간 400위권(가온차트 기준)에 오른 음악 가운데 37.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이날 "카카오M과의 라이센싱 계약 만료로 1일부터 관련 음원을 전 세계의 팬 및 청취자에게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무료(광고 삽입)로 스포티파이를 쓰고 있는 사용자에 따르면 아이유 '셀러브리티'를 재생하면 아예 다른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계약 종료이지만, 그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음원을 유통하는 카카오M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의 계열사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은 국내외 시장을 두고 그간 힘겨루기를 해왔다. 스포티파이가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멜론과 '친척 관계'인 카카오M과 음원 사용 협상이 난항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 음원 없이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게 이번 해외 서비스 중단의 불씨가 된 게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카카오M 관계자는 "국내 계약과는 별도로 지난 28일 만료를 통보받은 기존의 해외 계약 갱신을 요청했으나, 해외와 국내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스포티파이 측의 정책에 따라 현재 해외 계약은 만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전방위로 노력했다"며 "해외 라이센싱 계약 건은 한국 서비스 문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음원 계약 불발로 음원플랫폼에서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갈등이 지속하면 스포티파이는 일부 K팝 해외 청취자 구독 해지의 손해를, 카카오M은 소속 가수 음원 해외 유통 차질과 일부 가수의 음원 유통 이탈 등의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 두 고래 싸움에 피해는 고스란히 음악인과 사용자에 돌아갔다.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우리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의 이견으로 새 앨범 '에픽하이 이즈 히어'를 전세계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며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왜 항상 고통받는 건 아티스트와 팬인가"라고 비판했다.
K팝 해외 팬덤은 SNS에 한글로 'K팝은 글로벌한 것이며 스포티파이는 해외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커니즘'이라며 '우리는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이 음원 유통을 둘러싼 현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글을 공유해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