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요즘 애들’이었다. 20대였고, 선배와 반목했고, 상사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 하지만 요새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애들’이 특정 연령층을 가리킨다면, 스스로 ‘요즘 애들’이라고 우기는 게 좀 멋쩍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후배들 앞에서 불쑥불쑥 “라떼는 말이야”라고 외치며 한바탕 풀어놓고 싶은 에피소드 보따리가 많아지는 걸 봐서도 그렇다.
만일 당신 자신이 ‘요즘 애들’인지, 아니면 ‘요즘 애들 운운하는 쪽’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창비 봄호에 실린 박상영의 단편소설 ‘요즘 애들’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1988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작가가 ‘요즘 애들’에 대한 설왕설래를 묘파해낸 작품이다.
두 인물, ‘나’와 황은채는 영세한 문화잡지 ‘매거진C’에 인턴 동기로 입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제의 선배 배서정을 만난다. 나이는 불과 네 살 많지만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요즘 애들’이라는 말로 후배들과 자신 사이에 공고한 벽을 세우는 인물이다.
“요즘 애들은 그렇다? 실력은 없는데, 자기가 뭐나 되는 줄 알고. 이름이나 알리려고 하고. 도무지 동료의식 같은 건 없고. 사실 이렇게 함께 밥 먹고 얘기 나누는 것도 다 회사생활 일부인 건데. 그런 걸 잘 모르더라고. 너희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요즘 그런 애들이 많다고.”
질문을 던지면 “내가 니들 질문 받아주는 사람이니?”라며 쏘아대다가도 정작 “요즘 애들은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도 질문하지도 않는다”라며 뒷담화를 한다. 심지어 나와 황은채의 카톡 프로필까지도 관여하며 바꾸라고 요구한다. 도저히 엄한 가르침만으로는 볼 수 없는 배서정의 괴롭힘이 날로 심해지지만 나와 황은채는 ‘정직원 전환’이라는 기약 없는 희망에 저당 잡힌 채 갖은 모욕과 멸시를 견딘다.
그러나 끝내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매거진C를 뛰쳐나온 나와 황은채는 시간이 흘러 다른 일로 재회한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 배서정만큼 나이가 든 자신들이, 배서정처럼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보며 놀란다. 그러면서 그토록 치 떨려 했던 배서정과 그들 사이의 간격이 실은 아주 얄팍한 것이었으며, 그 알량한 권력 놀음이 펼쳐졌던 바닥 자체가 얼마나 허물어지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다. 배서정의 ‘8년 차 선임’ 타이틀은 잡지가 폐간되며 함께 사라진 뒤였다.
한때 기성세대에 맞서는 저항의 아이콘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은 훗날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향해 “이 나이 될 때까지 뭐 했느냐?”는 말을 내뱉는 꼰대 심사위원이 된다. 그의 자리가, 그의 권력이, 그의 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애들’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알량한 권력에 대한 믿음의 문제다. 내 이름표에 붙은 ‘6년 차’라는 딱지를 다시 본다. 오직 이곳에서만 유효할 그 딱지의 가볍디 가벼운 무게를 실감한다. 당분간은 좀 더 ‘요즘 애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