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백신' 시대 연 미국이나 재고 쌓이는 유럽이나 관건은 "불신 극복"

입력
2021.02.28 19:00
12면
美, J&J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유럽은 AZ 백신 불신 탓에 재고 쌓여가
백신 신뢰 높이기가 코로나 종식 핵심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트리플 백신’ 시대를 열었다. 대규모 물량 확보로 6월까지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효능에 대한 낮은 신뢰가 걸림돌이다. 유럽에서 쌓여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재고를 봐도 만연한 불신을 극복하는 것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을 위한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자문기구의 권고를 수용해 자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27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전례를 보면 최종 관문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28일)도 어렵지 않게 받을 것으로 보여 백신 3종을 보급할 수 있게 됐다.

J&J 백신 추가로 미국은 모든 성인에게 투여할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 한 차례만 맞아도 면역 효과를 내는 J&J가 6월 말까지 1억회분을 공급할 예정이고, 현재 사용 중인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도 7월 말까지 6억회분(2회 접종)을 전달키로 했다. CNN방송은 “현재 접종 추세라면 6월쯤 인구 70~85%가 면역을 갖춘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백신 기피 현상이다. 27일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군인의 3분의1이 백신 접종을 거부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미국민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신문은 “젊은 군인들이 백신을 기피하는 비율이 훨씬 높고, 자녀를 포함한 군인 가족 전체도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J&J 백신이 소위 ‘2등 백신’으로 폄하돼 접종 거부율을 높일 우려도 제기됐다. 임상시험에서 J&J 백신의 예방효과(72%)가 화이자(94%)나 모더나(95%)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J&J 효능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한다. 중증 증상 악화를 막는 데 85% 효과를 보였고, 사망 예방효과는 100%에 달했다는 점이 근거다. NYT는 “화이자ㆍ모더나와 달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뒤 임상을 수행해 백신 간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다 건너 유럽에선 백신 불신이 현실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AZ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 탓에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달 초 공급받은 AZ 백신 물량(110만회분)의 불과 16%만 사용했고, 독일(145만회분) 역시 사용량이 20%에 그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국은 AZ 백신의 ‘명예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보건당국은 65세 이상에는 AZ 백신 접종을 제한한 기존 정책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고령층 접종 확대 계획을 밝혔다. 고령층 대상 임상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접종을 제한했는데, 효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기피 현상을 부추겼다는 판단에서다. 정치 지도자들도 태도를 바꿨다. 특히 AZ 백신을 부정적으로 보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최근 연구를 보면 AZ 백신의 효능이 입증됐고, 내게 해당 백신이 제공되면 당연히 맞겠다”면서 입장을 변경했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