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또 피로 물든 미얀마…최소 18명, 총탄에 스러져

입력
2021.02.28 19:30
12면
유엔 "28일 하루 사망 18명·부상 30명"
실탄 발사 부인하는 군, 강경 일변도 
수치 재판·아세안 회의 중요 변수로

3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지 한 달이 된다. 현실은 암울하다. 군부는 본격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탄에 스러진 이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도 시민들의 저항의지는 굳건하다. 2차 총파업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민주화 동력을 잃지 않으려 결사 항전하고 있다. 따스한 봄이 찾아올지, 국가폭력 시대로 퇴행할지, 미얀마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28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진압의 마지노선을 허물었다. 최대 도시 양곤을 무력으로 틀어막기 시작한 것이다. 전날부터 ‘슐레 파고다’ 등 주요 시위 거점을 점거한 다음 시위대에 실탄과 고무총, 최루탄 등을 난사했다. 일부 군병력은 체포한 시민들의 작업복 등을 뺏아 위장한 뒤 다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현장 주변부를 에워싸는 소극적 방어에서 선제 진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8일 하루에만 미얀마 전역에서 최소 18명의 시위대가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3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낮 양곤과 남부 다웨이 시위대 4명이 실탄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각지에서 올라온 현장 사진 등을 근거로 "전국에서 이날만 최소 26명이 군 실탄에 사망했다"는 주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한 달 동안 구체적 사망 경위가 확인된 실탄 피격 사망자는 5명(네피도 1명ㆍ만달레이 3명ㆍ양곤 1명)인데, 이 수치는 금명간 급증할 공산이 크다.

쿠데타 군부는 여전히 유혈 진압 사실을 발뺌한다. 군은 이날 관영매체 미얀마 글로벌 뉴라이트를 통해 “해산 경고에도 시위를 계속한 인원을 향해 음향폭탄(고음파 발사기)을 발사했을 뿐”이라며 실탄 사용 자체를 부인했다. 주말 전국에서 체포된 시위대는 최대 600명에 달했다.

유혈 사태가 예고된 만큼 이날 2차 총파업과 시위 참가 인원은 대폭 줄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직접 방패까지 만들어 해산과 집결을 반복하며 게릴라 시위를 이어가는 등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꺾지 않았다.

이제 기댈 언덕은 국제사회의 지원뿐이다. 태국과 대만의 이른바 ‘밀크티 동맹’ 세력은 이날 각국 도심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시민들도 같은 시간 SNS에 ‘밀크티 동맹(#MilkTeaAAliance)’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응원 메시지를 일제히 게시했다.

미얀마 사태는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2차 재판 결과에 따라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수치 고문은 최근 자택에서 모처로 구금 장소가 변경됐으나 현재 상태와 거주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현지에선 “수치 고문의 혐의가 추가될 경우 민심이 더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여기에 2일 예정된 아세안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 미얀마인들이 극렬히 거부하는 재총선 논의까지 진행되면 군부와 시위대의 전면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