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 닿으면 얼음" …실험견으로 살다 구조된 비글

입력
2021.02.28 14:00
[가족이 되어주세요] 278. 여섯살 추정 비글 청담이



청담이(6세 추정∙수컷)는 지난 2018년 12월 한 대학 실험실에서 실험에 동원되다 구조됐습니다. 실험동물이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대학 연구원들은 실험이 끝났지만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비글 개 5마리를 안락사하는 대신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들은 실험동물구조전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에 도움을 요청했고, 5마리는 그렇게 태어난 후 처음으로 땅을 밟을 수 있었죠.

5남매 중 1마리인 청담이는 얌전하고, 사람 손길에 거부반응이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 실험 비글의 특징인데요, 실험을 위해 훈련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사람이 안거나 하면 몸이 굳어버린다고 하네요. 청담이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보호소에서도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라고 해요.


하지만 청담이를 움직이게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음식인데요. 워낙 식탐이 많아서 음식만 보이면 적극성을 보이는데 다른 개 친구들과 분리해서 밥을 주고 있습니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해 체중조절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눈물이 말라 각막이 손상될 때가 있어 수시로 안약을 넣어줘야 하는 것 외에는 건강 문제는 없습니다.


최주희 비구협 입양팀장은 "실험 비글은 가정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이어서 배변을 포함 모든 부분에 대해 알려주고 천천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외부자극이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최 팀장은 "실험실과 보호소에서만 지낸 청담이의 처음을 함께 하면서 청담이 만을 사랑해줄 가족이 나타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보호소로 오기 전, 청담이는 실험에 동원될 때만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사람에게 안겨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보호소에서 활동가들이 돌봐주지만 청담이에게만 오롯이 신경을 써주기는 어렵지요. 어렵게 삶의 기회를 얻은 청담이에게 평생 함께할 따뜻한 가족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비글구조네트워크 https://cafe.naver.com/thebeagle/5966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