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개 정차역을 신설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정식 요청했다. 서울을 한 바퀴 도는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과 환승할 수 있게 만들어 수도권 외곽에서 G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주민들의 이동 편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활을 건 GTX 정차역 유치에 수도 서울까지 뛰어들면서 ‘급행철도’라는 GTX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국토부에 GTX-A노선 광화문(시청)역, GTX-B노선 동대문(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GTX-C노선에 왕십리역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 유재명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현재 계획된 GTX 노선은 서울역, 청량리역 등 광역철도 중심으로 환승 정거장이 편성돼 있어 이용객들은 목적지까지 가려면 여러 번 환승해야하는 불편이 있다”며 “도시철도와 유기적인 환승 체계를 만들기 위해 추가 정차역 신설을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요청한 신설 정거장은 모두 서울지하철 2호선과 환승할 수 있는 곳으로, GTX-A의 경우 서울역과 연신내역 사이에 광화문(시청)역이 생기면 GTX에서 내려 지하철 1·2·5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서울역과 청량리역 사이의 GTX-B 동대문(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선 지하철 1·2·4·5호선, GTX-C 왕십리역에선 지하철 2·5호선과 분당선·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서울시는 GTX 정거장을 추가로 만들 경우, GTX는 기존보다 2분가량 통행시간이 늘지만 여러 번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 결과적으로 이용객들의 통행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GTX-A 광화문(시청)역 신설시 총 통행시간 절감효과가 기존 노선보다 8% 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GTX-B 동대문(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28%, GTX-C 왕십리역은 통행시간 절감효과가 29% 확대됐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 내 GTX 신설 정거장 추진은 교통 효율성 증대와 이용자 편의 향상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요구로 GTX가 ‘완행열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보다 앞서 '민원'을 제기한 지차체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잠잠하던 지자체들마저 GTX역 추가 민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앞서 자체적으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한 경기 의왕시도 추후 인구 유입 등을 고려해 수원역과 금정역 사이에 GTX-C 의왕역 만들어달라는 공식 의견서를 4차례나 국토부에 냈다. 경기 안양시는 과천과 금정역 사이에 GTX-C 인덕원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역 사이 간격은 3㎞ 안팎으로 좁아진다.
인천시도 상반기 중 확정될 GTX-D 노선을 부천종합운동장역을 기점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경기 김포 양쪽으로 나뉘는 ‘Y’자 노선으로 추진하자고 건의했고, 경기 광주시 역시 GTX-D 연장에 적극적이다. GTX가 들어오면 인구유입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주택 가격 상승 등의 후광효과가 크다.
그러나 공시기간 지연과 공사비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GTX-A 광화문역 신설 요청은 2017년부터 서울시가 건의해 온 사안이지만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토부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